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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Oct 06. 2023

영어는 어려운 걸까?

 전 세계 공용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바로 [영어, English] 


 영어가 안 통하는 곳은 전 세계에 없다. 물론 여기엔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일단 영어를 안다면 전 세계 어딜 가서도 대충은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교육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영어에 대한 욕심이 없을 리가 없다. 토익, 토플 등 기본적인 어휘력과 문장력을 평가하는 시험부터 토스, 오픽 등 회화 능력까지 검증하는 영어에 관해서 많은 시험들이 존재하고 그것은 당연히 많은 분야에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회사를 들어가거나 대학을 입학하거나 혹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다른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고자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하게 되고 당연히 그런 필요조건을 달성하고자 더 공부하고 더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렇게 토익 990점, 토플 120점 등 고득점을 달성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들에게 외국인에게 대화를 해보라고 하면 어? 어... 하면서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다. 물론 당연히 잘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지만 영어 시험 점수가 높다 하여 영어를 잘한다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자 그럼 영어를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 당연히 이건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가 맞는 게 아닐까 싶다. 의사소통이 되질 않는데 영어를 할 줄 안다고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가 아닐까?


 나로 말하자면 어쨌건 약 8개월이란 시간을 미국에서 거주했고 그 이후에도 영어 공부는 꾸준히 했으나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어, 할 줄은 알지만 잘하지는 못한다.


 



 어릴 때 군인이셨던 아버지를 따라다녔기 때문에 매번 도시에서만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한국의 부모답게 교육열이 높으셨는데 그래서 나는 어릴 적부터 '윤선생 영어교실'이란 것을 했었다. 서산 해미에 살던 시절엔 주 1회 정도 선생님이 방문하셔서 수업을 진행하고 그 외에는 내가 직접 테이프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거만큼은 꽤 재밌게 했던 것 같다.

  그래도 꾸준히 수업을 들어왔고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꾸준히 영어 수업을 들어왔으니 뭐 솔직히 말해 시험을 잘 칠만한 레벨이었다고는 생각한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직전 미국으로 향했고 당연하게도 내 회화 능력은 부족했고 초반부에는 영어가 어려웠다. 


 분명 들리는 단어인데 이상하게 문장으로 들으면 들리질 않았고 당연히 말도 문법을 지키느라 머릿속에서 어렵게 구성되었고 그러다 보면 어버버버 거리기 일쑤였다. 

 

 아직도 기억나는 에피소드로는 어딘가로 가족 여행을 갔던가? 아마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버거를 주문했을 때였다. 치킨 버거를 주문했는데 Grilled냐 Cripsy냐를 못 알아듣고 있었다. 내가 그 단어를 몰랐느냐라면 당연히 아니었지만 그걸 문장으로 들으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나는 못 알아들어서 4~5번 연속으로 직원에게 뭐라 했는지 물었고 직원은 점차 표정이 썩어가더니 결국 끝에는 '뭐 이런 병신이 다 있어?'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결국 끝에 가서는 크리스피로 주문했는데 이것도 그냥 몰라서 뒤에 걸로 달라했을 뿐이었다. 나중에서야 그게 그릴드와 크리스피였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이미 그때는 쪽이란 쪽은 다 팔고 난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부끄럽게 느껴졌었다.


 지금이야 그 정도 못 알아듣는다고 부끄러워하거나 하진 않는다. 뭐 내 모국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공도 아니었고 공부를 그 이후로 열심히 했느냐면 나는 대학 입학 이후로 영어 공부를 따로 해본 적이 정말로 한 번도 없다. 토익은 시험 문제 사서 풀어본 게 전부 오픽은 그냥 유튭 보면서 어떻게 하라는 방식만 연습해 본 게 전부인 만큼 영어 공부를 한 적은 없지만 어디 가서 든 크게 부끄럽지 않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는 있다.


 이게 자랑이냐고? 글쎄 솔직히 자랑스럽게 말할 거는 아니지만 적어도 쓸만한 능력이라고는 생각한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영어 하는 걸 보면 다들 놀라고는 한다. 물론 예외적인 인물들도 있지만 대부분 내가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다들 놀라곤 한다.


 "왜 이렇게 영어 잘해?"

 "몰라 그냥 대충 말한 건데?"


 겸손이 아니다. 진짜로 내가 대화가 끝나고 나서 무슨 말을 했는지 살펴보면 문법적으로 틀린 게 한두 개가 아니며 무슨 단어로 설명했는지 착오가 있을 정도로 엉망으로 말한 적도 많다. 나는 그냥 '말을 뱉을 뿐'이다.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못 알아들을 수도 혹은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해를 못 한다면 여러 번 반복해서, 계속 다른 단어를 이용해서 정 안된다면 바디랭귀지까지 이용해 가며 의사소통을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결국 상대와 난 대충이라도 서로가 하려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지금까지도 영어를 써오고 있다. 물론 제대로 쓰는 경우도 있고 엉망으로 날먹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즉 영어는 크게 어렵지 않다. 그냥 뇌를 비우고 한국어로 대화하듯이 하다 보면 의사소통은 되기 마련이다. 우리도 외국인이 어눌한 한국어로 어쩌고 저쩌고 말을 걸어오면 어떻게든 알아듣지 않던가? 


 



 슬슬 이 미국 거주 경험 시리즈도 마무리가 되는 그림이다. 그렇게 긴 시간을 거주하지도 않았고(8개월) 그 사이에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지도 않다. 

 더불어 근래에는 다시금 16년 만에 미국을 가게 될 일이 생겼고 내일이면 출발이다. 운이 좋게도 내가 거주했던 버지니아주와 워싱턴 쪽에 볼 일이 있지만 내 추억의 장소를 들를 여유가 있을는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다시금 오랜만에 미국을 방문한다는 생각에 설렘과 긴장이 함께 오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고 사랑했던 그곳을 다시금 방문한다는 것에 크나큰 벅참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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