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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Dec 22. 2018

SKY캐슬
손에 담긴 감정연기

SKY캐슬 리뷰


드라마 : SKY캐슬 

극본 : 유현미 / 연출 : 조현탁 


SKY캐슬(스카이캐슬) 9화에 나오는 엔딩컷 장면에서 나는 연출가의 능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미 드라마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SKY캐슬은 빼놓지 않고 보는 드라마 중에 하나.


그런데 이번에 9화 엔딩컷을 보면서 나는 다시금 이 드라마가 왜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지 실감했다. 보통 엔딩컷은 그 회차에 나왔던 등장인물들을 한 번씩 더 보여주거나 마지막 장면에 나온 인물들을 한 번 더 하이라이트처럼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SKY캐슬 9화에 나온 엔딩컷은 달랐다. '손'이 나온다. 실제로 9화를 보면서 나는 의사의 손과 작가의 손이 쓰임은 다르지만 결국 이 드라마에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손'이구나... 라며 혼자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아니지 반대로 나는 작가가 의도한 대로 생각을 했고, 연출가가 의도한 대로 그 손의 의미를 한 번 더 인지하게 됐다.  





다음은 엔딩에 나오는 손에 대한 이야기


1. 자기가 싫어하는 친구의 아버지가 사실은 자신의 엄마의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확인을 하는 혜나. 하지만 엄마의 남자는 우리의 인연은 이미 오래전 끝났다고 이야기하며 전화를 끊어버리고... 혜나는 들고 있던 엄마와 엄마의 남자(혜나의 친아빠)의 사진을 구겨버린다. 슬픔과 분노를 담은 혜나의 손.


2. 자신의 남편이 첫사랑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을 목격한 서진. 가장 기쁜 날에 아직도 첫사랑과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실을 알게 되자 와인 안주를 들고 있던 서진의 손은 떨린다. 하지만 이내 남편이 첫사랑에게 선을 긋고 전화를 끊자 안도하며 남편을 마주한다. 떨림과 안도가 공존했던 서진의 손.


3.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해로 표현하던 수임의 제자 연두. 항상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어른들은 죽고 싶다고 받아들이기 일쑤였다. 그런 연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수임.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연두를 잃어버린다.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해로밖에 이야기하지 못했던 연두의 피 묻은 손.


4. SKY캐슬에서 한 가정이 사라져 갔다. 바로 영재네. 한 가정이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가정이 들어왔다. 바로 우주네. 그리고 우주의 엄마 수임. 수임은 영재의 이야기를 글로써 세상에 알리려고 한다. 입시로 인해 청소년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인가. 수임은 영재네 사건에 더욱 파고들며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더 많은 이들을 살리기 위해 글을 쓰는 수임의 손.


5. 아이들의 공부에 가장 열성적인 차민혁. 자신의 아들을 부회장으로 앉히는 대신에 서진과 거래를 한다. 거래를 통해 얻게 된 시험 기출문제집. 그 값어치만 하더라도 억대가 넘을 거라며 아내에게 큰소리치는 민혁. 그리고 그것을 금고에 넣는다. 자식들의 미래. 곧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떠한 거래도 서슴지 않는 민혁의 손.


6. 자신이 본래 마음을 숨기고 서진에게 영재네 가족의 이야기가 소설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는 주영. 입시 코치로 활약하며 엄마들 사이에서는 신처럼 여겨지는 그녀는 파탄나버림 가족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다. 그렇기에 자신을 필요로 하는 서진을 이용하여 수임이 글 쓰는 것을 막으려 한다.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담긴 서진의 손.


7. 알고 싶은 것도 많고, 묻고 싶은 것도 많고. 그리고 자신에게만 찾아온 불행과 대비될 정도로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는 예서의 마음을 이용하려는 혜나. 한 편으로는 살기 위해서. 한 편으로는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자신의 것을 만들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혜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이용하려는 혜나의 손.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손을 붙잡은 예서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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