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더심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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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30일
4년 6개월 동안 일했던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던 저는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퇴직금이 있었거든요. 경력이 있으니 이직을 하는 것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다시 다른 회사에 들어가 적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힘들어서 퇴사를 했지만 다시 회사를 들어간다는 것이 이상하다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제 글을 출판해주는 출판사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책을 출판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회사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까? 더심플북스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2016년 5월 2일
더심플북스의 출판사 신고증이 나왔습니다.
2016년 5월 4일
더심플북스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증이 나왔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출판사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저 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과 회사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의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텀블벅을 통해서 저의 첫 번째 책을 세상에 보여주었습니다. (펀딩 성공!) 퇴사 후 떠났던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하며 <모바일 여행 가이드북 : 치앙마이> + <모바일 여행 가이드북 : 태국여행준비> 를 제작하였고 온라인 서점을 대상으로 유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한 경험이었죠. 그리고 제가 출간했던 책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책이기도 합니다.
모바일 여행 가이드북 : 치앙마이 + 태국여행준비
2016년 9월 21일
책을 만들고 유통시키는 경험은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은 생각만큼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재고부담을 없애기 위해서 전자책 제작에만 몰두하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더 많은 책을 출간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저는 그동안 써왔던 연애 에세이를 전자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나는 네가 그리울 때마다 글을 썼다>는 2018년 9월 2일에 이예성 작가의 그림과 함께 <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모바일 여행 가이드북을 판매할 때마다 사실 더 기뻤습니다. 정보 위주의 글이 아닌 저의 생각과 감성이 담긴 글을 누군가 읽어준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
2016년 12월 24일
출판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작가'로 살고 싶었는데, 출판사를 시작하자 '출판사 대표'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책은 잘 팔리지 않고, 그래도 무언가를 만들기는 해야겠고,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팔 수 있을까? 가 저의 최대 고민이었습니다. 제가 쓴 글로만 먹고 살기에는 아무래도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때 친구가 셀프 웨딩으로 결혼식을 올리면서 결혼 준비 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셀프 웨딩과 관련된 정보가 많기는 했지만 좀 더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셀프 웨딩, 야외 웨딩, 스몰웨딩으로 결혼을 했던 분들을 모시고 기획 출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출간을 하고 웨딩가이드북도 천천히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셀프 웨딩가이드북 & 야외웨딩가이드북 & 스몰웨딩가이드북
2017년 12월 24일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책을 준비하면서 Peevee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Peevee는 부인 Wat과 함께 치앙마이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는 작가였습니다. 그의 따뜻한 일러스트가 좋았고, 저는 그에게 책을 한 번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동안 그가 완성시켜놓았던 수많은 작품들이 있었기에 책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기운을 가득 담아 책 제목도 <따뜻해따뜻해>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Peevee 작가가 운영하는 치앙마이의 All about coffee에서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해외 일러스트 작가와 일하는 경험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책이라는 매개체로 전 세계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독자들에게 만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따뜻해따뜻해
2018년 4월 30일
제가 가장 오랜 시간 그리고 가장 많은 정성을 쏟았던 책은 바로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였습니다.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카페 오너들의 인터뷰를 책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태국의 사진작가 PT와 태국어 번역가 Aik-q가 함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었습니다.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덕분에 치앙마이에서 사진전을 하기도 했었고, 카페들의 특징을 넣어서 핸드메이드 수첩을 주문 제작하기도 하였으며, 북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덕분에 치앙마이에 있는 카페를 운영하는 카페 주인들과 연결되었다는 것입니다.
치앙마이 카페 스토리
2018년 4월 30일
태국 치앙마이에는 밤마다 등장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있습니다. 그 사나이가 피리를 불면 치앙마이에 있는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그가 있는 곳으로 모여듭니다. 왠 갑자기 동화 같은 이야기냐고요? 바로 The North Gate Jazz Co-op의 색소폰 연주자 Opor의 이야기입니다. 그를 알게 된 건 2016년 <치앙마이가 옵니다>라는 문화행사를 기획하면서였습니다. 치앙마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북토크콘서트 & 공연 & 전시를 진행했었습니다. 기획이라는 건 1도 모르던 제가 주위 작가들과 함께 만들었던 행사였습니다. 그리고 그때 Opor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었습니다. 도전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고, 꿈이 있었습니다. 그는 Why not?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열정에 감동받았고, 그의 이야기를 꼭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그 책이 바로 <블로잉 웨스트>입니다. <블로잉 웨스트>가 나오고 3차례에 걸쳐 북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11월에 진행했던 북콘서트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셨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했으니까요.
블로잉 웨스트
2019년 1월
2016년부터 오늘까지 더심플북스에서는 여행, 에세이, 실용서 등을 출간했습니다. 전자책 제작만 고집하다가 전자책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종이책 시장에도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종이책 시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초판 1쇄를 다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1인 출판사로 살아남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책만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행사를 기획하며 많은 사람들과 호흡하기 시작하였고, 강연을 통해 저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크라우드펀딩뿐만 아니라 플리마켓에 나가서 책을 판매하기도 하였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시켜가며 엽서북, 오디오북 등을 제작하여 사람들에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엽서북 : 따뜻해따뜻해
오디오엽서 : 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
1인 출판사가 모두 힘든 것은 아닙니다. 출판시장이 불황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책을 잘 만들고, 잘 팔고 있으니까요. 이건 저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좀 계속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이야기를 출간하고 싶었는데, 이미 세상에 무수한 책들을 보면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책을 만드는 것일까. 내가 만드는 책은 사람들이 기다려주는 책일까. 누군가 읽어주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저를 점점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폐업을 하겠다고 결정한 건, 쌓여가는 재고와 반품들을 보면서였습니다. 그리고 출판사가 아닌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정리해야 되는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더심플북스는 사실 그 이름을 그대로 불리어진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심플북스'로 가장 많이 불리어졌고, '더심플' 또는 '더심'으로 불리어지기도 했습니다. ㅎㅎㅎ 그나마 제 자식이라고 저는 다 알아들었습니다.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제가 처음으로 사회에 나와 가졌던, 그러니까 저를 대표로 만들어줬던 회사를 이제는 정리하려고 합니다. 굿바이 더심플북스.
더심플북스 후원하러 가기 : http://bit.ly/2GikuA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