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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Jan 23. 2021

4시 44분 같은 회사


하루에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보거나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간들은 기억하지 못하는데 유일하게 기억하는 시간이 있다.      


바로 4시 44분.      


4시 44분을 내가 인지하기 시작한 건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잊을만하면 4시 44분을 보는 일이 생겼고, 자주 볼 때는 연달아서 4시 44분을 만나기도 했다. 나는 그저 이 시간에 내가 시간을 자주 보는 습관이 있나 보다, 하고 넘겼는데.      


나만 그 시간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종종 사람들이 4시 44분을 SNS에 인증하기도 했고, 지인들과 4시 44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정도니까.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생겼다. 우리가 마주하는 아주 많은 시간의 조합이 있고, 지금도 시간을 확인하니 1시 41분인데, 이런 시간들은 왜 기억에 남지 않는데 4시 44분은 기억에 박혀있을까. 하물며 몇 달 동안 못 보고 지나가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4시 44분을 만나면 마치 먼 친척을 명절 때 다시 본 것 같은 기분이다.      


4시 44분은 기억하기 쉽다. 


특히나 ‘4’라는 숫자가 좋지 않다는 미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기에, ‘4’에게는 오히려 다른 숫자에 비해 특별함이 부여됐다. 게다가 연속성. 4가 3번이나 있다. 하루가 24시간이니 시계에서 쓰일 수 있는 4는 3개가 최대치다. 그러니 기억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도달하자, 나는 내가 운영하는 회사가 4시 44분 같은 회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억에 명확하게 남고, 오랫동안 안 보더라도 다시 보면 바로 기억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 회사와 일한 경험을 인증하고, 그리고 기억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는 회사. 


4시 44분 같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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