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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May 12. 2021

회사는 직원들의 삶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친다


지난주에 직원과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올해 25이고, 입사한 지 1년이 된 직원은 우리 회사의 다양한 프로젝트의 메인 웹툰작가이면서 언제나 회사가 힘들 때 응원을 아끼지 않는 직원이다. 직원이 함께했던 1년은 정말 버라이어티 한 1년이었다. 게다가 프리랜서로 우리 회사와 처음 일을 했다가 워낙 실력이 좋아서 입사 제의를 했던 직원이었다. 처음엔 실력 때문에 뽑았는데, 같이 일을 하면 할수록 직원들 중에서 가장 성향이 나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리모트 워크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게다가 작년 워크숍 때는 우리 회사를 꿈의 직장이라고 표현해주었다. 당시에도 나는 ‘꿈의 직장? 우리 회사가?’ 라면서 화들짝 놀랐고, 나는 그 직원에게 꿈의 직장의 기준이 너무 낮은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직원은 내게 ‘나는 이 회사에 만족한다. 재택근무로 일하는 것도 너무 좋고, 안정적으로 급여가 나오는 것도 나는 너무 좋다. 그래서 내게 이 회사는 꿈의 직장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나의 관점이 바뀌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직원들에게 이 회사는 그들의 삶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굉장히 큰 존재구나. 단순히 한 달 일하면 급여가 나오는 그런 회사와는 다를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사실상 나는 우리 회사를 스타트업이라고 정의를 내린 적 없었으나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모두 뉴캄웹툰컴퍼니를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에게 스타트업이란 뭔가 기술적이고 획기적인 회사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늘 도전하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회사가 그들에게는 스타트업이었고, 도전이 가득한 곳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직원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직원과 만나기 전에 앞서 있었던 미팅 때 미팅 파트너가 물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대표님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나는 내가 기존에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했고 그 자리를 떠났는데, 그 질문이 내게 계속 남아 있었고, 직원에게도 그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미팅 자리에서 미처 하지 않았던 대화도 직원에게 나누었다.      


“나는 나중에 스튜디오드래곤과 같이 일을 하고 싶어요. 우리가 작업하는 작업들이 나중에 더 큰 플랫폼에서 보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어요.”     


스튜디오드래곤은 몇 년 전부터 TV 드라마만 틀었다 하면 제작사 이름으로 나오는 곳 중 한 곳이다. 그들이 등장했던 그 순간부터 눈여겨봤었고, 그들이 어떻게 콘텐츠 시장에서 위치하는지도 알았고, 나 역시 그들에게 간택되기를 희망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생각보다 직원의 생각은 더 컸다.    

  

“대표님, 우리가 스튜디오드래곤같은 회사가 되어야죠.”     


왜 나는 스튜디오드래곤과 일할 생각만 했을까. 우리 회사가 스튜디오드래곤같은 회사가 되는 것을 꿈꾸는 게 아니라.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덕만공주를 보며 했던 말이 있다. 왜 자신은 왕이 될 생각은 못했는지에 대한...     


직원은 더불어 최근에 있었던 계약 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최근에 들어온 웹툰 제작 건은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었다. 내부에 있는 직원들로는 작업이 불가하다고 판단되어서 외주 작가와 프로젝트 계약을 맺고 진행 중이다. 직원은 그 건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이 해당 계약건을 진행하시기 전에 내부 직원들에게 문의하였을 때는, 저는 당연히 해당 계약은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부 작가들로는 작업하기 어려운 수준 높은 퀄리티의 작업물이어서 우리 회사에서는 못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대표님이 실력 좋은 외주 작가와 계약을 해서 진행하고 계신 것을 보고 내가 너무 일찍 안된다고 단념한 것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는 일에 미리 안된다고 단념하고 있는 것들이 있지는 않나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직원들이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직원의 말대로 나는 그 계약 건을 성사시키고 싶었고, 성사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고, 결국 그 계약 건을 따냈고, 현재 진행 중이다.      


오늘은 업체의 예산이 너무 적어서 고민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우리가 이 예산 안에서 우리의 공수를 줄이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된다, 안 된다를 나 혼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내 의도를 말하자 방법이 나왔다. 지금은 견적 단가가 낮아서 고민이지만, 나중에는 지금 터득한 노하우로 작업을 할 테니 우리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계약 건이라고 생각했다.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없이 솔직하게 대화했다. 직원과의 대화는 너무나 즐거웠고, 그 대화 이후에 내가 회사를 운영해야 되는 분명한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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