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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May 03. 2021

우리는 다시 시작했다
아무도힘 빠지지않았다


오늘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 수정 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엔 간단하게 몇 컷 정도만 수정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업체와 다시 이야기를 한 결과 전체적으로 재제작을 해야 되는 건이었다. 워낙 큰 프로젝트라 회사의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 제작을 하고 있는 건이었다. 주말에도 작가와 함께 작업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면서 시나리오 보강할 것들을 보강하고, 작화와 편집 관련해서도 작업을 챙기면서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다시 제작해야 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이렇게 수정 요청이 들어오면 사실하면 된다. 시간과 에너지가 더 들어갈 뿐, 사실 수정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살펴봐야 될 것은 작가들과 이것을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다. 공들여 작업한 작품이 전혀 사용될 수가 없고, 처음부터 다시 작업을 진행해야 되는 상황에 닥치며 일단 사기가 꺾인다.      

그리고 다시 제작해야 되는 그 상황에 불만을 갖거나, 짜증을 내거나, 후회를 하거나, 좌절을 하는 등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온다. 이미 업체와 대화는 다 마친 상황이었고, 다시 제작해야 된다는 사실에도 변함은 없지만, 내가 고민했던 것은 단 한 가지.      


어떻게 작가와 이 대화를 할 것인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떻게’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무슨 작업을 하고 있고, 이 작업이 우리 회사와 그리고 나에게, 그리고 작가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일깨워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고객이 원하니까 다시 수정해! 가 아니라, 이 작업이 우리 회사에 정말 중요한 작업이고, 애정이 있는 작업이고, 그리고 내가 얼마나 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고, 잘하고 싶은지, 잘 만들어내고 싶은지, 그래서 시즌1이 아니라 시즌4까지 제작해서 정말 길이길이 남을 작품을 하고 싶다는 나의 마음과 의지와 그리고 내가 일하고 있는 배경을 말해준다면, 작가가 그것에 허탈해하는 것 대신에 오히려 다시 의욕 뿜뿜하지 않을까?      


우선 나는 작가에게 상황 설명을 했고 

우리가 왜 수정을 해야 되는지 말하고 

그리고 이 작업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나눴다. 

내일 업체와 미팅이 있으니 그 미팅 때 우리가 준비해야 될 것들을 알려주었다.      


우리에게는 탓하기 좋은 요소들이 많았다. 서로 짜증 내며 뭐야?라고 말하기 좋은 구실들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말하기 좋은 변명 같은 그 이야기를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오로지 우리가 놓친 것이 있다면 무엇일지, 그리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 내일 무엇을 귀담아듣고, 무엇을 말해야 되는지, 그리고 이 작업이 우리에게 왜 중요한 지에 대해서만 말했다. 나의 대화가 다 끝났을 때, 작가는 나에게 한 마디 했다.      


“네, 알겠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되는 이 상황에 아무도 힘 빠지지 않았고,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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