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서윤 Aug 28. 2022

재택근무의 로망


서류가 통과되고 면접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순간적으로 여러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면접이야 이래저래 준비하면 될 것인데, 면접까지 가기까지의 자잘한 프로세스가 더욱더 걱정이었다. 내가 과연 단정한 옷이 있는가? 면접을 어디서 보지? 회사에 가서 보나? 회사까지의 거리는 얼마나 되지? 회사에 도착해서 인사를 하면서 들어가?


그러나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회사는 면접 또한 독특했다. 비대면 면접이었던 것이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회사에서 비대면 면접을 하고 있긴 했지만, 직접 경험해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대표님을 처음으로 랜선을 통해 만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비로소 엄청난 기계 문명 속에 살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기분. 세상이 이렇게나 변해버렸군 싶었다. 대표님이 혹시 AI는 아닌 건지, 사람이 맞는 건지, 이렇게 얼굴 한번 본 적 없이 입사라는 중요한 걸 결정해도 되는 건지 의문을 느끼며 면접을 끝나갈 때쯤, 대표님은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다음 주부터 출근하세요.” 


나는 알겠다고 덩달아 웃어 보였건만 이때부터 뇌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출근… 아무리 재택이여도 첫 주 정도는 사무실에 출근하겠지? 아니 혹시 일주일에 몇 번만 재택 하는 건가? 코로나19가 끝나면 재택도 끝나고? 하지만 방금 입사를 확정받은 신입은 속 시원히 질문을 하기 쉽지 않다. 애매한 사회적 웃음 뒤로 수많은 물음표를 숨겼다. 그리고 대표님이 말을 이었다.


“다음 주부터 집에서 출근하면 되고, PD 한 분이 ZOOM(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오리엔테이션 해주실 거예요.”


꽁꽁 감춰왔던 거대한 의문이 풀리는 순간. 진심으로 환한 미소가 터져 나왔다. 그래 됐다, 됐어! 하는 탄성을 지르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허위매물이 아니다. 이건 진짜다. 진짜 재택이다! 드디어 재택인이 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대체 재택근무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좋아하는가? 그럼 이쯤에서 재택근무의 로망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입사가 확정되고 출근하기까지의 1주일간 ‘재택근무를 하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일단은 여유롭게 8시 50분쯤 일어나 세수를 한다. (벌써 기상 시간이 늦어져 기쁘다) 그리고 잠옷을 입고 오전 업무를 본 뒤 점심시간이 되면 럭셔리한 (유튜브에나 나올 것 같은) 점심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차려 먹는 것이다. 그리곤 노트북(꼭 A사의 노트북이어야 한다)을 챙겨 조용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우아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과 함께 오후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여유롭게 집으로 향하고, 밀려왔던 자기 계발 혹은 친구를 만나며 저녁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게 비로소 21세기 현대인이 살아가는 하루가 아닐까? 상상만으로도 인생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런 로망을 말하고 나면 꼭 우려의 말이 뒤따른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재택근무 로망을 너무 작고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는 것은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재택근무’를 중요하게 여기지 말라고 한다. 재택근무라는 이유로 회사를 선택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분명히 누군가는 이런 삶을 원하고 있다. 나만의 공간에서 나의 시간을 내가 스스로 이끌어가는 시간. 재택근무의 진정한 로망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재택근무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더 읽기 : https://bit.ly/3Av0Ps0



매거진의 이전글 이력서 & 포트폴리오로 지원자를 걸러내는 5가지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