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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Apr 06. 2016

디지털 노마드
해볼 수 있겠어요?

- 나는 그곳에서 어떻게 내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란 고민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어떤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나는 그곳에서 어떻게 내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란 고민. 그런 수많은 고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고민은 회사가 해결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회사를 나온다고 해서도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다만, 똑같이 '먹고사는 고민'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얼마만큼, 뭘 먹고살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이어졌다. 


우연히 도유진 씨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었다. 일상이란 늘 그렇듯이 아주 가끔 이벤트를 준비해준다. 블로터 뉴스레터를 받고는 있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읽을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자, 모두가 그렇듯이 갑작스럽게 시간이 많아졌다. 뉴스레터를 읽을 시간이 생긴 것이다. 도유진 씨가 One Way Ticket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가기 전에 진행한 인터뷰였다. 인터뷰를 읽는 내내, 도유진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녀의 블로그와 One Way Ticket이라는 홈페이지에도 들어갔다. 짧은 영상이 올라와있었다. 이건 뭘까? 하는 세상이 펼쳐졌다. 세계의 디지털 노마드를 만나고 다니는 그녀의 영상 속에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세는 너무 비싸고, 날씨는 너무 춥고, 매일같이 출근을 해야 하는 일상에 지쳐버린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따듯한 나라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떠날 준비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노트북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웃고 있었다. 


디지털 노마드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영상 속의 사람들처럼 그들은 정말로 모두 웃고 있을까? 그들은 정말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하지만 도대체 돈이 어디서 나는 거지? 궁금한 것들이 하나 둘 이어지기 시작했다. 디지털 노마드 컨퍼런스가 방콕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검색 몇 번으로 나는 새로운 세상을 계속 열고 있었다. 나는 일말의 고민 없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다. 티켓을 결제하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들여다봤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그들은 하나같이 여행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도 웃고 있었다. 그들이 웃으면 웃을수록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해졌다. 


도유진 씨 블로그 글을 더 읽어보았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점에 대해서 그리고 힘든 점에 대해서 말이다. 유목민의 삶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보이는 문제점과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완벽한 세상은 없고, 완벽한 직업도 없을 것이다. 다만,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뿐.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 생기는 문제점, 매번 일을 찾아다니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디지털 노마드 컨퍼런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그들은 자신을 소개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는 일을 마치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는 일처럼 쉽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기도 하고, 서로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흥미로워하기도 했다. 흥미로움은 곧 협력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그렇게 그들의 비즈니스가 시작되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나는 1인 기업가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게 되었다. 태국에 머무는 동안, 홍소장님이 연락을 주셨다. 코워킹 스페이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지 않겠냐고 말이다. 워낙 좋아하던 프로그램이어서 긴장되기도 했지만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조금 더 고민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이제 겨우 호기심이 생겨서 둘러보러 온 구경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생각이 많아졌다. 1시간 분량을 채워야 하는데, 코워킹 스페이스로 1시간을 채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디지털 노마드 컨퍼런스 이야기를 넣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냈다. 그렇게 디지털 노마드 컨퍼런스, 태국의 코워킹 스페이스, 디지털 노마드 사례로 구성을 짰다. 


혹시라도 늦을까 싶어서 일찍 서둘러 도착했다. 가볍게 홍소장님과 너굴양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녹음실로 향했다. 사전에 대본을 준비해갔지만, 대본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면접 보는 취준생처럼 긴장해서 말이 꼬이기도 하고, 했던 말을 또 하기도 했다. 그래도 중반부부터는 긴장이 풀려서 자연스럽게 녹음을 이어갔다. 


하지만, 디지털 노마드 어원에서 프랑스 경제학자를 이탈리아 경제학자로 헷갈려서 잘못 말하기도 하고 (경제학자 이름이 자크 아탈리인데, 아탈리가 이탈리아로 바뀌면서 국적을 잘못 말해버렸다), 5월에 열리는 디지털 노마드 베를린 컨퍼런스를, 8월에 열린다고 잘못 전달하기도 했다. 게다가 디지털 노마드 방콕 컨퍼런스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 한국인이, 실제로 그 자리에 한 분 더 계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Will Park) 트위터로 연락이 닿아서 안부도 전하고, 컨퍼런스에는 혼자만 참석한 줄 알고 혼자 다녀왔다고 팟캐스트에서 이야기했다고도 말했다. 다행히 그분은 괜찮다며 웃으며 넘어가 주셨다.   


녹음이 끝나가는 무렵에, 디지털 노마드를 해볼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태국에서도 내내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컨퍼런스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고, 따듯한 나라에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스스로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면 또는 남들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분명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삶의 방식과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분명 쉽게 시작해보겠다고 뛰쳐나가기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하지만 부모세대에 비해서 훨씬 세상을 배우고 세상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꼭 지금 당장 떠나지 않더라도 언제라도 시작해볼 수 있다는 여지를 스스로에게 남겨두고 있다. 앞서 시작한 디지털 노마드 사례를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배우고, 나에게 잘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완벽한 삶에 집착하기보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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