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그리울 때마다 글을 썼다.

- 그런데 요즘은 네가 그립지 않다. 네가 생각나지 않는다.

by 시오


나는 네가 그리울 때마다 글을 썼다. 가끔은 울었고, 가끔은 슬펐으며, 그리고 가끔은 멍해졌다. 네가 그리운 날에 나는 그저 멍하니 있다가 그렇게 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네가 그립지 않다. 네가 생각나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너를 떠올려 보면, 네 얼굴이 흐릿해져 떠오르지 않는다. 너의 흔적을 찾아보기 위해 메시지를 확인해 보려고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가, 이내 다시 놓아 버린다. 너와의 대화는 오래전 지워버렸다. 이렇게 문득 너와 나눈 대화를 찾아볼 것이 두려워 나는 너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렸다. 그때의 나는, 미래에 너를 그리워할 내가 가여웠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조금 원망하며 눈을 다시 감는다.


며칠 전, 네가 사주었던 우산이 거센 비바람에 망가져 버렸다. 너는 나의 우산을 사주었고, 나는 너의 우산을 사주었다. 비 오는 날, 네가 사준 우산을 쓰고 나갈 때면, 혹시라도 어디선가 이 우산을 보고 나를 알아보지 않을까 조금은 설레었던 날이 있었다. 그런데, 그 우산이 망가져 버렸다. 마음이 망가지듯, 네가 사주었던 것들도 이렇게 망가지는구나 싶어서 나는 조금 서글퍼졌다. 우산을 버리지도 못하고, 집에 들어와 우산 꽂이에 넣어 버렸다. 망가진 마음을 보는 것 같아 아프면서도, 버리기는 싫었다.


신발장을 열면, 네가 사준 구두 한 켤레가 보인다. 내가 사달라고 졸랐던 구두. 나는 왜 너에게 그 구두를 선물 받고 싶었을까. 화려하고, 예쁘고, 그리고 발이 아픈 그 구두를 말이다. 그 구두를 신고 나가는 날이면, 발이 아파서 오래 걷지 못했다. 네가 날 이제 찾지 않듯이, 나도 이제 그 구두를 찾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구두는 그렇게 신발장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고, 나는 그 구두와 시선을 마주칠 때마다 불편하다.


왜 헤어진 연인들이 서로 주고받은 물건들을 버리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것은 때때로 망가진 마음을 생각나게 하고, 불편하게 하며, 아무렇지 않은 일상에 너를 끌어들인다. 물건들은 너를 대신해 나와 계속 머물고 있다. 우산을 사주며 웃었던 너도 여기에 있고, 구두를 사주며 으쓱 거리던 너 역시 여기에 있다. 미래에 너를 떠올리며 가여워할 나를 위해, 과거의 나는 네가 남겨둔 물건들을 모두 버렸어야 했다.


나는 네가 그리울 때마다 글을 썼다.

그런데 요즘은 네가 그립지 않다. 네가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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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그리울 때마다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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