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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Sep 16. 2016

나의 아침이 불안한 날에는 너에게 나의 아침을 맡겼다

- 서로의 걱정 안에서 살아가던 두 사람 



우리는 서로의 아침을 물었고, 아침을 시작으로 밤이 사라져 가는 그 시간까지도 우리는 서로에게 안부를 물었다. 오늘 하루 어떤 일이 있었는 지를 물으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나의 아침이 불안한 날에는 너에게 전날 밤 나의 아침을 맡겼다. 너는 아침과 함께 나를 깨워주었다. 그것이 습관이 될까 걱정되면서도, 너의 목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은 분명 다른 것이었다. 나의 아침은 너와 함께 시작했고, 우리는 함께하는 아침이 좋아 같이 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그렇게 수많은 아침이 우리에게 흘렀다. 그렇게 수많은 밤도 함께 흘러갔다. 


깜빡 잠이 들어 연락을 못 받은 시간에는, 너는 나를 걱정하며 내가 잠든 시간을 붙잡아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너의 걱정이 좋았다. 누군가 나를 걱정하여 깨워주는 아침이 좋았고, 누군가 나를 걱정하여 내가 잠들어있는 시간까지도 나를 기억한다는 것이 좋았다. 너를 걱정시키기 싫었지만, 한편으로 나는 너를 걱정시키고 싶었다.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나의 마음은 그러했다. 우리 함께한다면 서로를 걱정할 일이 없지 않겠느냐며 장난치며 나누던 대화는 늘 너의 입맞춤이 있어야지만 끝이 났다. 


때때로 다음 날 아침이 불안하여 너의 전화가 필요한 날에는 나는 잠시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핸드폰은 너의 번호를 더 이상 저장해놓고 있지 않았고, 나 역시 지웠음에도 나는 그렇게 핸드폰을 바라본다. 마치 너인 것처럼 그렇게 들여다보다가 알람을 맞춘다. 


너의 걱정 안에서 살아가던 나는, 그래서 가끔 나를 걱정한다. 발걸음이 무거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한없이 느려지는 날에는 잠시 멈춘다. 내가 걱정되어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이제 그만하고 나를 안아달라고 조용히 뒤를 돌아본다. 


우리는 서로의 아침을 물었고, 아침을 시작으로 밤이 사라져 가는 그 시간까지도 우리는 서로에게 안부를 물었다. 서로의 걱정 안에서 살아가던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묻던 두 사람은, 같이 아침을 맞이하고 싶던 두 사람은 그렇게 이제는 서로가 알지 못하는 아침을 맞이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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