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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Oct 23. 2016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게

- 벌써 1년 



사람들과 약속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버스 정류장으로 그렇게 한참을 걸어갔다. 늘 그렇듯 주변을 둘러보면서 걸었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에도 나는 내가 어디에 도착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버스가 오지 않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계단을 발견했다. 나는 저기를 오른 기억이 있다. 많지는 않았다. 한 번은 너와 같이. 그리고 한 번은 나 혼자서. 그 계단을 오르면 너의 집이 나온다. 나는 잠시 움찔하면서도 다시 마음을 놓았다. 그 시간에 네가 그 동네에 있을 리가 없었다. 평일 오후 4시. 네가 회사에 있을 시간.


오후 1시 여의도에는 사람들이 많다.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는 직장인들 사이로, 나 역시 식사를 마치고 어딘가로 향하던 길이었다. 맞은편에서 남자가 걸어왔다.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그 큰길에 나와 그 남자만 걷고 있었다. 우리는 거의 동시에 서로를 봤다. 그리고 나는 그의 눈을 더 이상 쳐다보지 않았다. 걸음은 천천히, 하지만 느리지도 않게. 그렇게 나를 바라보던 남자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그렇게 걸어갔다. 그는 널 아는 사람이자, 날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누군지 알았지만, 인사를 할 수는 없는 사이. 그렇게 나는 걸었다. 그리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도 나를 붙잡지 않았다. 


언젠가 너와 이렇게 마주 걷게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내가 그 버스 정류장에서 너를 만난다면, 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며, 생각 속의 나는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게 걸어가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는 그녀의 에세이

'나는 네가 그리울 때마다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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