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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Aug 21. 2017

일하다 딴짓하게 만드는
강남 카페 레따스

스페이스클라우드 원데이노마드


스페이스클라우드 원데이노마드 

원데이노마드란, 하루(oneday)와 노마드(nomad)의 합성어로,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머물고 있는 도시 안에서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경험해보자는 스페이스클라우드의 일문화 첼린징 캠페인이다.
출처 = 스페이스클라우드




그날은 비가왔다. 나는 딴짓을 했다. 



그날은 비가 왔고 카페레따스 안에서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새삼 새로웠다. 할 일이 많았기에 내 가방은 다른 날에 비해 유난히 더 무거웠고, 끊임없이 가방 안에서 물건들을 꺼냈지만 그럼에도 아직 가방에 남아있는 물건이 많았다. 안약도 있었고, 명함지갑도 있었고, 여분의 볼펜들도 가방 안에 남아있었다. 카페 레따스는 위치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역삼역에서 10분 넘게 걸어야 만날 수 있었고, 간판 없는 가게 특성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걸어가다 보면 지나치기 쉬웠다. (같이 일을 했던 지인은 그렇게 한참을 지나쳐 헤매다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 찾았을 때는 아무도 없었고, 주인은 나를 위해 자리 하나를 마련해주었다. 나에게 마련해준 자리에는 인형들이 있었는데, 나로 인해 자리를 뺏기고 다른 자리로 옮겨졌다. 인형들에게는 좀 미안했다.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했다. 내릴 때도 그칠 때도 좋았다. 사실 바깥 풍경이 한없이 감상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다. 건너편에는 주차장이 있었고 그 주차장 옆에는 목욕탕이 있었다. 직장인들이 무리를 지어 왔다 갔다 하기도 했고,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도 지나갔다. 특별히 시선을 끌만한 것은 없었지만, 특별히 시선을 끌만한 것이 없어 좋기도 했다. 바깥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면 들어가자마자 일하기 싫었을 테니까.





카페 안에는 와인병들이 줄지어있었고, 벽에는 심플한 액자들이 각각 걸려있었다. 가볍게 카페에 들어온 사람도 읽고 싶을 만한 책 역시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키우고 있는 듯한 식물들도 있었다. 카페 레따스에는 단골손님이 많았고, 한결같이 주인에게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그 풍경이 사뭇 낯설었다. 이사를 오면서 가지 못하게 된 화곡동 단골 레스토랑 주인이 생각나기도 했다. 많지 않은 테이블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파도처럼 들어왔다 파도처럼 빠져나가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내게 자리를 마련해준 카페 주인은 앞서 점심시간에는 조금 시끄러울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몇 번의 파도가 지나간 후에 주변은 다시 조용해졌다.





아인슈페너 한 잔과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먹었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나자 함께 일하기로 한 지인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지인도 나와 같은 것을 주문하여 먹었다. 그리고 대화가 시작됐다. 각자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했고,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대화가 멈추면 다시 각자가 하던 일을 했고, 대화가 시작되면 각자가 하던 일을 잠시 멈췄다. 





그날은 가을 출판을 위해 검토해야 할 원고를 읽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재즈바를(The North Gate Jazz Co-op) 운영하고 있는 Oper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잠시 그가 여행했던 곳들을 함께했다. 총 40 챕터로 이루어진 그의 이야기에는 매 챕터마다 깨달음과 후회가 같이 담겨있었다. 후회는 깨달음을 불러왔고, 깨달음은 또 다른 후회를 불러왔다. 태국 치앙마이부터 프랑스 파리까지 히치하이킹으로 여행을 했던 그의 아주 오래전 이야기는, 나를 스무 살로 데려가 주었다. 스무 살의 나는, 부모님이 주신 2학기 등록금을 들고 유럽여행을 가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비밀리에 여행을 떠났다. 3개월간 동유럽의 여행하며 나는 외로웠고, 추웠으며, 가난했다. 생각이 많았고, 노트북이 없어서 모든 이야기를 다이어리에 매일같이 기록했다. 많은 이야기와 생각이 담겨있는 그 여행 일기장은 우리 집 침대 수납장에 들어있다. 





그의 이야기를 읽는 중간중간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카페 안에서 흐르는 음악도 듣기 좋았다. 어떤 음악인지 묻지 않았지만 나는 그 음악이 비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Oper의 이야기는 나를 자꾸 스무 살의 어느 날로 데려다 놓았고, 카페 레따스의 음악은 나를 자꾸 생각에 잠기게 했다. 가방 속에 들어있던 많은 물건들은 자신이 언제 쓰일지 몰라 긴장한 채로 안에 들어있었지만, 나는 그 물건들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자꾸 딴짓을 했다. 비를 보는 게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를 보다. 말도 참 예쁘다. 나는 그렇게 비를 보다가,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Oper의 이야기를 읽다가, 나의 스무 살을 떠올리다가, 주인이 틀어주는 음악을 무심코 듣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노트북에 손을 얹었다가, 그렇게 시간이 가도록 두었다. 





카페 레따스는 일하기에 좋은 곳인가?라는 질문을 누군가 던진다면 그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라고 다시 질문하련다. 내가 카페 레따스에 찾아간 날은 비가 내렸고, 나는 결국 딴짓을 하다 돌아왔다. 1일 사용권을 사용했기에 일면식 없는 주인과 나는 오랫동안 그 공간을 같이 사용했다. 딴짓하기 좋은 곳이다. 집중해서 일하려고 물건을 잔뜩 들고 갈 필요가 없다. 결국 그 물건들은 가방에서 꺼내지도 못할 테니까.


그날은 비가 왔고 카페레따스 안에서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건 새삼 새로웠다. 당신이 카페 레따스를 찾는 그날도 비가 내리면 좋겠다. 조금 더 추워져서 눈이 내려도 좋고. 





카페 레따스 가격


1. 카페 레따스 1일권 : 15,000 원 (음료 30% 할인) 




카페 레따스 정보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로26길 3, 1층 카페 레따스 

전화 : 010-9219-4731

네이버지도 : http://naver.me/G80Bt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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