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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Sep 13. 2017

우리의 '아이캔스피크'는
'기억하겠습니다'가 아닐까?

[브런치무비패스] 아이캔스피크 & I can speak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출처 = 아이캔스피크


감독 : 김현석

제작 : 영화사시선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주)리틀빅픽처스

배우 : 나문희, 이제훈, 염혜란, 이상희, 손숙, 김소진, 박철민, 정연주, 이지훈, 이대연, 성유빈, 최수인, 김일웅, 이재인 등 


아이캔스피크 영화정보 




첫 번째 아이캔스피크 : 민원 있습니다


나옥분 할머니는 명진구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야. 특히 명진구청 직원들은 나옥분 할머니가 입구에 들어서기만 해도 피하기 바쁘지. 나옥분 할머니의 첫 번째 '아이캔스피크' = '민원 있습니다'로 이야기할 수 있어. 도깨비 할머니로 불릴 만큼 그녀의 행보를 달가워하는 사람들은 없어.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명진구청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바로 박주임(박민재). 원칙과 절차를 따지는 박주임을 보는 순간, 나옥분 할머니도 조금은 주춤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것에 굴하지 않고 원칙과 절차에 따라 민원을 계속 접수해. 하지만, 사실 나옥분 할머니가 괜히 민원을 넣는 건 아냐. 그러니까 너무 할 일이 없어서 민원을 넣는 건 아니라는 얘기지. 오랜 시간 같이 시장에서 생활한 사람들에게 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항상 앞장섰을 뿐이야. 하지만 그런 표현에 서툴기에 오해를 받기도 하는 인물이지. 사실 시장 사람들을 제일 소중히 여기는 인물인데 말이야. 


출처 = 아이캔스피크




두 번째 아이캔스피크 : 영어를 말할 수 있습니다


나옥분 할머니는 영어를 배우고 싶지만, 학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고민이 많았어. 그때 박주임이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 박주임으로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지. 사실 처음에 박주임은 나옥분 할머니의 제안을 거절해. 하지만, 나옥분 할머니가 동생의 식사를 챙겨준다는 사실을 알고, 선뜻 그녀의 영어 선생님이 되기로 결정해. 나옥분 할머니의 두 번째 '아이캔스피크' = '영어를 말할 수 있습니다'로 이야기할 수 있어. 나옥분 할머니는 어릴 적 헤어져 미국에 살고 있는 남동생과 대화를 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한다고 이야기해. 하지만 박주임은 나옥분 할머니의 남동생이 나옥분 할머니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영어 수업을 중단해. 나옥분 할머니가 상처받는 게 싫었거든. 모든 진실이 모두 해피엔딩은 아니니까 말이야. 


출처 = 아이캔스피크




세 번째 아이캔스피크 : 증언하겠습니다 


어느 날, 나옥분 할머니의 오랜 친구인 정심 할머니가 치매 증세가 심각해지면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사건이 발생해. 그리고 오랫동안 감춰진 이야기가 시작되지. 어떠한 사건은 어떠한 결심을 불러들이는 것 같아. 나옥분 할머니에게 가족이 없었던 이유, 영어를 배웠던 이유, 그리고 살아남아야 했던 이유들이 한꺼번에 밝혀져. 그저 유쾌하기만 한 영화인 줄 알았던 나로서는 조금 놀라운 전개였어. 그러니까 그저 유쾌하게만 보기에는, 나옥분 할머니가 가진 사연은 너무 무거웠거든. 나옥분 할머니는 바로 일본군'위안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였어. 영화 '아이캔스피크'는 미 하원 의원들이 일본 정부에게 사죄를 요구하는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과 관련되어있어. 영화 속의 나옥분 할머니는 2007년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있었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로부터 시작 됐거든. 당시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으로 인해 10년 만에 일본군'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채택되는 사건이 발생하지.


영화 속에서도 그 장면이 나와. 그리고 오랫동안 감추기만 했던 나옥분 할머니의 아픈 과거가 온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해. 하지만 나옥분 할머니의 '아이캔스피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전달돼. 나옥분 할머니의 세 번째 '아이캔스피크' = '증언하겠습니다'로 이야기할 수 있어. 쉽게 이야기할 수없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그 순간 시작되지. 누군가는 잊고, 누군가는 감추고, 누군가는 부끄러워하고, 누군가는 지우고 싶은 과거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옥분 할머니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 


출처 = 아이캔스피크




우리의 아이캔스피크 : 기억하겠습니다 


영화를 보며 과거는 그대로인데, 역사는 다시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과거 역사가 승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면, 내가 느끼는 요즘의 역사는 '기억'하는 사람들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 기억하지 못한다면, 역사는 기억하는 사람에 의해 다시 쓰일 테니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실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살아있는 역사가, 살아있는 기억이 소멸되고 있구나. 저 기억을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잘 이어받아 지켜내고, 싸우고, 바로잡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가장 먼저 할 일은, 기억하는 일일 거야. 기억하고 또 기억해서 바로잡을 때까지 그 기억을 물려주는 것. 역사를 물려주는 게 아니라 기억을 물려주는 게, 제대로 된 역사를 만들어가는 첫 번째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는 유쾌하게 시작해서 유쾌하게 끝나. 나는 그 유쾌함이 참 마음에 들어.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 유쾌함에 끌려 영화를 볼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영화에서 나눠주는 기억을 간직하겠지. 그리고 이야기할 거야. 이런 영화가 있다고. 그렇게 서로가 기억을 나누면서 유쾌하게 이야기할 테지. 우리의 '아이캔스피크' = '기억하겠습니다'가 아닐까? 



** 해당 리뷰는 브런치무비패스를 통한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출처 = 아이캔스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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