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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Sep 22. 2017

낯선 이의 친절은
그의 억눌린 감정을 바꿔 놓았다

Blowing West 제작일지



Blowing West (원제)

치앙마이에서 파리까지 (가제) 


파라돈 판암누와이는 어느 날 영감을 얻기 위해 치앙마이를 떠나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싣고 파리까지 여행을 떠나게 된다. 색소폰을 둘러멘 그의 어깨는 그가 가지고 있던 많은 고민들과 히치하이킹만으로 파리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이 함께 있었다. 그는 치앙마이를 떠나 라오스, 중국, 몽골, 러시아, 독일, 벨기에를 거쳐 결국 프랑스 파리까지 도착하게 되지만, 그는 매일매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편견을 마주하게 된다. 여행이 목적이 아닌, 어딘가를 향하기 위한 여정을 보냈던 그가 마주했던 수많은 편견은, 그 여정에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어진다. 할 수 있을까?라고 던져졌던 물음은 점점 더 할 수 있다!라는 느낌표로 귀결되며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없던 그를 위해 흔쾌히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그 사람들을 만나며 변하게 된 자신을 기록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글 :  Pharadon Phonamnuai

번역 : 최요한 

출판사 : 더심플북스 




여행의 시작 그리고



4월 마지막 토요일 밤 그는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가지고 있던 영감도 이미 바닥났고, 삶은 복잡하게만 꼬여가기 시작했다. 석 달 전 그에게 프랑스인 뮤지션 친구 빈센트가 6월에 열리는 파리 음악 축제에서 공연을 같이 하자는 제안한 것이 떠올랐다. 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가겠노라 답했지만, 사실 그에게는 파리에 갈 만큼 충분히 여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4월 마지막 일요일. 그는 드디어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를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중국 입국 관리소 직원은 여권을 펼쳐 그가 태국에서 받은 비자를 확인했다. 가방을 검사할 차례가 오자, 직원들은 크고 검은 케이스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궁금해했고, 그에게 케이스를 열어보라 이야기했다. 검은 케이스에서 나온 색소폰을 본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금방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로 둘러싸였다. 그리고 급기야 직원 중 한 명은 그에게 색소폰을 연주해보라며 요청했다. 그는 난처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몰려든 인파를 어찌할 방법도 직원의 요청을 거절할 수도 없어 그 자리에서 연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연주 소리에 사람들은 더욱더 몰리기 시작했고, 끝내 출입국 사무소 소장이 나와 연주를 부탁한 직원을 꾸짖었다. 직원이 안쓰러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는 자업자득이라 생각했다. 


하루 종일 일이 꼬인 날이었다. 결국 예정되어있던 기차를 타지 못하게 됐고, 다음 기차를 타기 위해 1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중국인 할아버지를 만났다. 웃통을 벗은 채 객자를 돌아다녔고, 모든 승객에게 말을 걸었다. 이윽고 그에게도 말을 걸었다. 둘은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 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갈증이 심했던 그는 중국인 할아버지가 들고 있던 물통을 가리키며 물을 좀 마실 수 있는지 물었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물통을 내밀었고, 그가 갈증이 심하다는 걸 알았는지 그 물통을 전부 그에게 주었다. 그때, 보이지 않는 힘이 불쑥 그의 마음으로 들어와 온갖 감정이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외로움, 배고픔, 슬픔, 향수, 어머니, 헤어진 애인 등 어디서 왔는지 설명할 수도 없고 표현할 수도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그에게 휘몰아쳤다.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고통과 눈물을 참았다. 낯선 이의 친절은 그의 억눌린 감정을 바꿔 놓았다. 




Blowing West 공식 티져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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