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서윤 Feb 24. 2018

나는 왜 울었을까?



며칠 전부터 숨이 탁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욕심을 부렸다. 더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리를 했다. 그런데 모든 일이 그렇게 술술 풀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하나 둘 꼬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압박감과 부담감이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더 무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노력을 하고, 그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하고,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도 있었으나, 그것은 지속적으로 내가 해야 될 몫이었다. 일은 시작하는 것보다 마무리하는 게 더 힘들다. 마무리를 하려면 그 과정을 잘 견뎌내야 한다. 많은 변수들을 이겨내야 한다. 예상할 수 있는 변수가 있고 아닌 변수가 있다. 무한한 변수들을 생각하여 움직여야 한다. 24시간 머리가 회전하는 느낌이었다. 꿈에서도 일을 하다 보니, 현실과 꿈이 분간이 안되기 시작했다. 내가 실제로 그 말을 상대방에게 했던가? 내가 그 일을 끝냈던가? 그런 혼란을 겪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더 넓게 보려고 애썼고, 더 자세히 보려고 애썼다. 모든 세포들이 긴장한 채로 사방을 살폈다. 마치 언제든 잡아먹힐지 몰라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토끼 같은 모습이었다. 깡충깡충 뛰어다니다 보니 운동화 밑창이 다 떨어져서 눈이 오는 날에는 발이 축축해졌다. 밑창이 떨어진지도 몰랐다. 발이 모두 젖은 뒤에야 운동화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로 운동화를 구입하고 또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새로 산 운동화도 벌써 여기저기 해지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고민하고 고민하여 나온 웹툰 원고가 까였다. 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사실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일들은 수도 없이 많다. 사실 별 일 아니었는데,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누구든지 보자마자 우와~ 대단하다~ 이런 반응을 기대했던 것일까? 머리로는 알겠는데, 무언가 마음속에서 삐그덕 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웹툰 시나리오를 다시 수정하기 위해서 미팅을 가졌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 수많은 아이디어가 테이블 위에서 오고 갔다. 그중 어떤 아이디어를 선택할 것인가, 무엇 때문에 이 웹툰을 진행해야 하는 것인가.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그 아이디어들이 나를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짓누르기 시작했다. 아무도 나에게 형편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혀버린 나는 모든 이야기가 형편없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과정 속에 있는 이 순간.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 터널 속에서 생각하고 움직이고 만들어내야 한다. 안다. 충분히 알고 있다.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나는 순간 왈칵하고 눈물이 났다. 하... 미팅하다가 우는 꼴이라니. 어쩐지 이 미팅에 오기 전에 숨이 탁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는데, 결국 그 막혔던 숨들이 눈물이 되어 쏟아졌다. 테이블 위에 아이디어를 쏟아내던 사람들이 모두 내 눈물에 당황했다. 황당해하기도 했다. 아...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아 들어가라, 제발 들어가서 나오지 말아라, 평생 안 나와도 좋으니 제발 들어가라,라고 아무리 주문을 외워봤자,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또르르 똑똑하고 떨어졌다.


내가 왜 우는지 설명하기 어려웠고, 나는 그저 그 자리를 피하고만 싶었다. 한 번 터지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차라리 혼자 어딘가에 숨어서 펑펑 울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팅을 어영부영 마쳤다. 나의 욕심이, 잘해보고 싶다던 나의 욕망이 나를 계속 밀쳐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어느 순간 눈떠보니 낭떠러지 같은 기분. 물러날 곳도 없는데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든 이 기분. 그렇게 나는 혼자 걸어오며 또다시 자책했다. 거기서 왜 울어.. 멍충아. 직장에 다닐 때는 정말 많이 울었다. 혼나서 울고, 울어서 혼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던 회사생활. 회사를 나와서 나는 한 번도 타인 앞에서 울어본 적이 없다. 정말 예외적인 일이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사방에 갇혀버린 그 기분에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진 것이다. 나를 다그친 사람도 없었는데, 나는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다. 미팅을 끝마치고 혼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나는 왜 울었을까? 나에게 질문을 하고, 내가 그동안 타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듣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욕심을 부렸다. 더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리를 했다. 하... 결국 나는 내 마음을 울린 것이다. 잘하고 싶다는 그 욕심에 나는 나를 울리고 말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오늘도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