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
이상하게 나는 너를 만난 순간부터 오롯이 나인 적이 없었다. 너를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너를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는 분명 너였는데,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는 오롯이 너였구나,라고.
나는 내가 혼자가 되는 게 힘들었다. 아니, 아직도 나는 너무 힘이 든다. 너였던 내가 어떻게 너를 버리고 혼자가 될 수 있을까.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우리는, 아니 나는, 그렇게 너를 떼어내기가 그 무엇보다도 힘이 든다.
시간이 지난 후에 가끔은 너무 바빠서 너를 생각하지 않고도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가끔은 너를 생각하다가 새벽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너를 본 것도 같아서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네가 사는 동네에 가면 발걸음이 조심스럽고, 긴장한 듯 손이 어색하기만 하다. 혹시라도 네가 어디서 나를 먼저 볼까 싶어서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마치 너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너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는 그렇게 그 동네를 걷는다. 마주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주치지 않으면 또 어쩌지?라는 생각에 나는 조금 복잡해진다.
나는 왜 네가 되었을까. 나이지 못하고, 나는 왜 네가 되었을까.
너의 그림자마저 그리운 날에는 그런 생각에 잠시 숨죽이고 내 그림자를 바라본다. 가로등 불빛에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하는. 때로는 선명해지기도 하고 흐려지기도 하는 그림자를, 나는 바라보며 같이 걷는다.
나는 아직도 혼자가 될 수 없다. 너였던 나는, 아직도 혼자가 되지 못한다.
이 세상에 '나'는 없고, '너'만 남은 거 같아서 나는 이제 내가 그립다.
나는 왜 네가 되었을까.
나이지 못하고, 나는 왜 네가 되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 때 나의 자아 중 일부가 그 사람의 영향을 받아 바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별은 곧, 나의 일부를 잃는 셈입니다. 그 상실감을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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