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만드는 말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시간 좀 내주세요
다시 해보겠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자주 사용하는 말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가 잘못하지 않았어도 잘못했다고. 습관처럼 몸에 배어버린 말들이 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상대방이 말을 바꾸는 일이 생길 때마다 어떻게든 따져서 고치려 했다. 하지만 대체로 그런 일이 발생할 때의 나의 위치는 그들보다 아래였고, 결국 내가 따져 묻는 행위 자체가 조직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병이 났다. 사업을 시작하고도 같다. 그런 상황은 발생한다. 분명 맞는데, 그 맞음을 증명하기 힘들 때, 증명할 수 있는 자료들도 있지만 관계 속에서 그걸 내밀 수 없을 때, 따져 묻고 싶지만 따지지 못할 때가 수두룩 빽빽이다.
그런데 꼭 그런 날에는 마치 체한 것처럼 병이 난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라는 말로 막아버린 탓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땐 그냥 그것 자체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마음이 말한다. 너는 왜 잘못한 게 없는데 잘못했다고 하니? 왜 그런 거야? 그럼 나는 대답한다. 알아. 난 아무 잘못이 없어. 다만 네가 몸을 낮추면 상대방이 편해지잖아.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달랜다고 하여 병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마치 체한 것처럼 아프다. 하지만 그럼에도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내가 만약 상대방에게 따져 묻는다면, 상대방은 어떨까? 그럼 상대방은 민망할 것이다, 혹은 고집을 피울지도 모른다. 자신의 말이 맞다고. 내가 틀렸다고. 또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갈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것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미안하다 이야기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하자 모든 일들이 잘 마무리되었다. 다만,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체한 것처럼 아팠다. 체기가 가시지 않는다.
지금은 하고 있는 일들이 많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거지만, 일은 일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고, 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고, 많은 것들을 정리해야 한다.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지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듣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들어야 하고, 부탁하지 않아도 될 일을 부탁해야 하고, 고개 숙여야 하고, 협의해야 하고, 논의해야 하고, 맞춰가야 하고 등등. 지치지 않을 이유가 사실은 요즘 하나도 없다. 했던 일을 다시 해야 되는 건 기본이며, 그럴 때마다 다시 모든 것들을 정리해야 되는 지금의 생활이 버거울 때가 사실은 많다. 다만, 내가 선택한 일이라는 것에 책임감이 더 크다. 선택은 내가 했다. 상대방이 설득을 해서 내가 넘어갔든, 아니면 내가 시작하자고 말을 했든, 결국 그 선택은 내가 한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 모든 버거움을 책임감으로 감싸 안는다. 다행인 건, 내가 너무 이 일이 하기 싫어서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하루를 산다. 오늘도 '나의 하루'를 축적하며 산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시간 좀 내주세요
다시 해보겠습니다
이런 말들을 수없이 반복하며 하루를 산다. 위의 말들은 내겐 기회를 만드는 말들이다. 우리 함께 앞으로 나아가 보자는 말과 동일하다. 당신에게 고맙고, 당신에게 미안하고, 당신에게 이 일을 부탁합니다. 시간 좀 내주세요. 다시 해보겠습니다. 체기가 쉬이 가시지 않는 오늘이지만, 그 체기를 끌어안고 오늘을 소화시킨다. 오늘이 나의 끝이 아니므로, 내일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가라앉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