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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될 거라고 자신했지만
지금 고백하건대 나는 두려웠다

2018 치앙마이가 제주에 옵니다

by 시오
Blowing West_입체.jpg


두려움과 불안이 끓어오른다. 남들 앞에서는 다 잘될 거라고 자신했지만 지금 고백하건대 나는 두려웠다. 실패할까 봐. 파리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 블로잉 웨스트 중에서


원고 편집하다가 울컥해버림
내가 지금 저 기분이거든


2018 치앙마이가 제주에 옵니다 행사는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 티켓 판매는 시작도 안 했어. 북콘서트에 책은 지금 편집 중이지. 그러니까 아직 책도 나오지도 않았다는 거야. 게다가 우리 숙소는 아직 구하지도 못했어. 그러니까 지금 인원이 제주도와 서울에서 숙박하려면 돈이 몇 백만 원이 드는데.. 글쎄 아무도 숙박 후원을 안 해주네? 게다가... 태국에서 작품을 받아야 하는데, 큰 작품을 받고 싶어도 운송비가 너무 비싸서 다 돈이지 뭐야. 아무리 모든 팀원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부족한 게 넘쳐나. 나는 지금 손대고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세기를 포기했어. 내가 분명 집에서 나온 건 금요일이었는데... 아직도 왜 사무실일까... 금요일에 나오기 전에 미역국을 먹고 나왔지. 잊고 있었는데, 내 음력 생일이더라고. 가족들끼리는 음력 생일을 챙기거든. 내가 아무래도 바빠서 주말 내내 사무실에서 잘 거 같다고 이야기하니까 엄마가 미역국을 미리 끓여준 거야. 그래서 그거 먹고 나왔어. 그리고 못 들어가고 있지. 물론, 내일은 들어가야 해. 하지만 옷만 갈아입고 다시 바로 나와야 할 거 같아.


그런데 오늘 출판을 앞두고 있는 원고를 최종 편집하다가 저 구절을 만났어. 남들 앞에서는 다 잘될 거라고 자신했지만 지금 고백하건대 나는 두려웠다. 실패할까 봐. 파리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맞아. 두려워. 지금 고백하는데 아주 많이 두려워. 기관들은 엄한 이벤트 돌리느라 예산 다 쓰고 우리 행사에 쓸 지원금은 없대. 그래서 거절, 저래서 거절. 그래도 괜찮아. 아직 두드리지 못한 문들이 수없이 많거든. 내가 얼마나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지 모를 거야. 내가 지금 무슨 마음으로 모두가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빈 라운지에서 또 밤을 새우며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거야. 수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해.


나는 알아. 두려운 마음으로는 사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이럴 줄 알았건, 몰랐건. 움직이고 있는 기차에서 뛰어내릴 게 아니라면 나는 목적지까지 가야 해. 지금 이 기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거든. 내가 감당을 할 수 있든, 없든 그거는 상관없어. 나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되는 것'만 생각할 거야. 안 되는 건 이미 현실이 말해주고 있잖아. 이거 안 돼, 저거 안 돼, 이거는 이미 매일매일 자각하는 거야. 근데 그건 아무 도움이 안 돼. 나에게는 안 되는 이유가 아니라, 되는 이유가 필요해. 세상이 어떻게 되더라도 되는 이유 말이야.


기적이 일어날 거야.
나는 운이 좋으니까.


안 되면 이렇게 기적과 운에 맡기지 뭐. 블로잉 웨스트의 주인공 오뻐는 그래서 결국 파리에 도착했을까? 태국 치앙마이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히치하이킹으로 결국 그는 파리에 도착했을까?


곧 나와. 읽어봐.


첫 장에서 그때의 두려움을 고백하는. 다 잘 될 거라고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하던 그 앞에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그는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 어딘지 모를 어두컴컴한 곳에 갇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색소폰을 불던 그가 결국 어디에 도착하는지. 그리고 결국 우리가 어디에 도착하는지.


블로잉 웨스트의 주인공 오뻐가 한국에 올 거야. 그리고 이야기해줄 거야. 결국 그가 도착한 곳이 어디였는지 말이야. 색소폰을 하나 들고 그가 걸었던 많은 길들을 이야기해줄 거야.




2018 치앙마이가 제주에 옵니다


<2018 치앙마이가 제주에 옵니다> 행사 티켓은 다음 주에 오픈합니다. 블로잉 웨스트의 오뻐는 뮤직 콘서트와 북콘서트 모든 무대에 섭니다. 뮤직 콘서트에서는 그가 사랑하는 음악을 색소폰을 통해 이야기해줄 것이고, 북콘서트에서는 그가 걸어온 인생을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다음 주에 놓치지 마시고 티켓 예매하세요. 우리에게 만약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 티켓 결국 다 팔지 않을까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산다면 나의 예언은 더 적중하겠죠?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자금 후원을 해준다면, 우리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모두가 더 이상 돈 걱정 안 하고 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겠죠?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자원봉사를 해준다면 지금 일손 부족한 팀원들에게 더 큰 힘이 되겠죠? 그래요... 기적이 일어날 겁니다. 우리는 운이 좋거든요. 되는 이유만 생각할 겁니다. 그것만 생각하기에도 나에게는 1분 1초가 아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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