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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Feb 13. 2016

우리는 어쩌면,
그때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 그가 다시 그로 돌아가고, 나는 다시 나로 돌아왔다




그와 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벅차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의 벅차던 감정이 이어져 지금까지 왔다면, 우리의 오늘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새 서로의 오늘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고, 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잊고 살아간다. 가끔 술잔을 앞에 두었을 때나 스치듯 생각나는 어느 한 순간으로 기억돼버리고 만다. 술을 마시면서도 술맛을 느끼지도 못하는 그 순간에, 나는  그때의 우리가 나눴던 감정이 진짜였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자꾸만 말이 길어진다. 


그가 나를 사랑하던 순간이 있었다. 서로가 이렇게 만나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내가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순간, 나는 비로소 내가 있을 곳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좋았고, 또 좋았다. 내가 그를 사랑하던 순간이었다. 사랑한다고 말을 해도 어색하지 않았고, 그의 하루를 묻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나의 하루를 그에게 이야기해주는 게 좋았고, 우리는 서로가 모르는 과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물었고, 나는 대답했다. 내가 물으면, 그가 대답했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와 함께 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따질 사이도 없이 우리는 어느 날 각자가 되었다. 그가 다시 그로 돌아가고, 나는 다시 나로 돌아왔다. 그를 사랑했던 만큼 나를 그곳에 두고 왔고, 그가 나를 사랑했던 만큼 그도 그곳에 그를 두고 갔다. 


나는 가끔 그를 놓아주지 못하고 그를 떠올린다. 그의 품에 안겨있던 나를 떠올리고, 나를 보고 웃었던 그를 떠올린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가던 계단에서 그를 보며 나는 인사를 했고, 그는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가 손을 흔들고 사라졌던 지하철 역으로 향할 때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그가  그곳에서 나를 보고 있을 것 같단 생각에, 나는 이따금씩 천천히 걷는다. 그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나는 자주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바라보며 그와 닮은 사람을 찾는다. 


우리는 어쩌면,  그때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그 마지막 한 마디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가 나를 붙잡아주었더라면, 우리가 서로 그 날을 아주 평범하게 넘겨버렸다면. 우리는 어쩌면, 오늘 무엇을 했는지를 묻고, 내일 무얼 할지를 묻는,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 가정을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 이뤄질 수 없는 수많은 가정들이 나의 머릿속에서 가득 차오른다. 


그와 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벅찼던 나의 어느 날은, 그와 함께 웃었던 그 날처럼 희미해진다. 그와 마지막 다툼을 했던 그 날은, 생각보다 쉽게 잊히지 않고 나의 곁에 머물며 나를 괴롭힌다. 


웃음은 어째서 생각보다 빨리 희미해지고, 

눈물은 어째서 생각보다 깊게 얼굴에 스며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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