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과 함께 비폭력대화라는 책을 읽었다. 상당히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 책임감이 강한 편이라 스스로와 서로를 해야한다는 말로 괴롭혀왔다. 아들이라면, 부모라면, 학생이라면, 선생이라면 해야하는 것이 있었다. 군대에서 내가 자주 했던 말이 “선생이 선생답고, 군인이 군인답고, 경찰이 경찰답다면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다”라는 말이다. 이 또한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스스로에게 준다.
해야한다는 말은 대부분 좋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 하나둘씩 늘어나다 보면, 나는 조금씩 사라진다. 온갖 해야하는 것들에 붙들려서 가고 싶지도 않은 곳에 가고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하고 산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마저도 무감각해진다. 단지 하고만 있을 뿐, 무엇을 추구하지는 않게 된다. 머리로만 살게 되고 가슴이 차갑게 식어간다. 대신 해야할 일을 하는 나를 도와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원망만 쌓여간다.
이렇게 되어가는 이유에 대해 가끔 생각하곤 한다. 어쩌면 교만한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원수를 용서하라라는 말은 따라갈만한 길이다. 하지만 머리로만 알고 가슴이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신을 몰아붙인다. 누군가는 그 경지에 이르는데 70년이 걸렸는데, 나는 그게 1개월 아니 하루 만에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교만 아닐까?
추구하는 가치를 실제로 행하면서 사는 것은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해야하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이 되고 자연스레 하고 있는 것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대체 누구이기에 그 시간을 단축시킨단 말인가. 현재 나를 온전히 알고 받아들이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의 의미는 그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그 길로 1년을 가면 1년의 가치가 담길 것이고 30년을 가면 30년의 가치가 담길 것이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 뭐가 더 좋다 나쁘다는 없다. 무한대의 시간이 흐른 뒤를 생각한다면 그 차이는 아무 차이도 아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내 길을 가는 것이 해야한다는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이기에 오늘 나와 대화를 나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