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에 출퇴근에 3시간 이상을 쓴다. 이 시간들이 생각보다 고통스러웠다. 하루의 많은 시간이 의미 없이 사라진다는 생각도 했고, 몸이 예전과 다르게 피곤하다는 생각도 했다. 출퇴근 길이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이었다면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교통체증을 다 모아놓은 듯한 길을 뚫고 출근해야 했다.
이전에는 회사 바로 앞에 살았는데, 이사하고 나서 바뀐 삶에 당황을 했다. 출근할 때 이미 지쳐있는 표정을 팀원들에게 보이고 괜찮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사를 간 자신을 나무라기도 했다. 무슨 대단한 행복이라도 찾아간 것도 아닌데, 더 불행해진 것 같아 서글펐다. 출근할 때 표정이 밝아지기 위해, 버스를 타보기도 하고 출근을 늦은 시간에 해보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택시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무슨 짓을 해도 나는 점점 지쳐갔다. 많은 시도를 했는데 변화하지 않는 자신에 실망을 하기도 하고 무엇을 위해 투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쩌면 단지 출퇴근의 문제로 고통스러워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아등바등 어떻게든 잘 되게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문제는 점점 커지고 나는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 속에 점점 갇히는 내 삶 전반에 대한 한탄이기도 했다.
나는 돈, 권력, 명예를 좇으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근데 어느새 택시비와 집 청소 등에 많은 돈을 쓰는 등 내가 나를 유지하는데 많은 돈을 들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원하는 방향 반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조금은 깨달았다. 남들을 도와주며 살고 싶던 나는 뭐 그리 소중한 시간이라고 내 시간을 위해 남을 돈으로 부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행복해졌다면 모르겠지만 나는 나를 조금씩 잃어가며 슬퍼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깨달았다. 더 이상적인 무엇인가를 꿈꾸면서 내 주변의 아름다움을 놓치면서 어리석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모든 삶의 현장들을 수련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루에 3시간씩 수련한다면 어떨까? 한 달, 일 년이 지났을 때 나는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도로 위에서 평온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마음 깊이 느끼는 아름다움일까? 그것은 외부에서 주어진 아름다움에 대한 강요가 아닐까? 아름다움을 생각할 때 나는 항상 진흙 위에 핀 꽃을 생각한다. 나에게는 나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빛나는 것이 아름다움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대사회의 모든 권태와 분쟁과 욕망과 피로가 진하게 풍겨 나는 서울로 가는 도로 위에서 평온을 얻기로 했다.
그렇게 차도 위에서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수련이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 답답하기만 했던 교통체증도 조금씩 나의 마음에서 떠나갔다. 하루하루 조금씩 나의 출근길을 사랑하게 되었다. 도로 위의 많은 사람들과 하나의 영화를 찍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라라랜드의 첫 장면처럼 말이다. 삶을
긍정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가는 것도 같다.
실질적으로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이렇게 한다. 30분은 종교적 가르침을 듣는다. 요즘은 부처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리고 그다음 30분은 사색을 한다. 나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어느새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이 시간이 끝나고 나면 가장 교통체증에 심한 곳에 다다른다. 여기에서부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일에서 만나는 난관과도 같은 이곳에서 활력을 찾고 영혼을 깨우는 시간이다.
차도 위에서 수련을 하면서 생각한 것들은 이런 것이 있다.
1.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수용하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차들이 사실 너무 많다. 왜 저러지?라고 생각했는데 동일한 행동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2. 조급함을 내려놓는다. 내 차선을 잘 가다가 옆 차선이 조금이라도 빈 것 같으면 마음이 갑자기 조급해진다. 지금 옆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바보 같이 여기서 기다리는 게 맞아?라는 생각에 드는데 경험 상 많은 경우 옮겨봤자 똑같다. 막히는 도로라는 것이 그렇다.
3. 부드러운 출발과 정지는 너무 어렵다. 빠르게 달리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많이 반복하는 출발과 정지가 제일 어렵다. 무중력 상태로 느껴질 만큼 부드럽게 해보고 싶은데, 진짜 잘 안된다. 편안하다고 느껴지는 차는 수많은 노력을 담은 페달질이 이끄는 것이었다.
4. 내비게이션에 따라 그때 그때 길을 바꾸는 것보다 하나의 길로 계속 가는 게 정신에 더 좋다.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하는 것은 좋지만 외부에 의해 자주 변하는 것은 내가 가는 길을 좋아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람처럼 길도 길들여야 하는 것이다.
5. 교통체증 아래에 비싼 차도 싼 차도 없다. 모닝과 페라리와 함께 느릿느릿 앞으로 전진하며 현대 사회에서 잘 없는 평등함을 느낀다.
6. 비상등 2번 깜빡임이 세상에 평화를 준다. 아무리 갑자기 끼어든 차라도 비상등을 깜빡이면 마음이 누그러진다. 염치는 있군 하면서 나도 모르게 따뜻함을 느낀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작은 행동들이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차도는 곧 세상이고 일터이고 수련의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차에 끼여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는, 역사라는 흐름에 이끌려 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완전히 다른 수많은 다른 차를 보면서 우리 인생도 그와 같을 것이라고 느낀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살지는 운전대를 잡은 나의 순간순간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출근을 해서 내가 모르고 나를 모르는, 내가 알고 나를 아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아주 조금의 인류애를 느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