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한다. 나 또한 주변을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누군가 명령을 내린 듯 세상을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해야하는 것”이 있는 나는 끝내 좌절하고 무너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내가 없어도 이 세상은 이 모습 이대로일 거야.
이 생각은 슬픔도 아니고 기쁨도 아니다. 그냥 있는 사실을 볼 뿐이다. 내가 차지하는 공간은 아주 작아서 내가 없다 해도 그 공간은 다른 무엇인가로 빠르게 채워질 것이다. 내가 없었다면 누군가 나서서 싸웠을 것이다. 내가 없었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고통받았겠지. 내가 없었다면 누군가 이 집에 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존재하는 것일까?
세상 밖에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처절했던 불꽃은 나 자신을 바꿔놓았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내가 인식하는 세상이 전부이다. 나에게 전부인 이 세상은 변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했을까. 그건 그저 나이기 위해 나아갔던 노력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를 달성하기 위해 폭풍 속에 뛰어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나이기 위해 살아가는 것. 세상과의 거래를 끝내는 것. 더 이상 원하지 않고 한 단어로 살아가는 것.
“그저”
그저 살아가고 그저 내가 되고 그저 사랑할 뿐. 어느 순간부터 이 단어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왔다. 하늘을 보면, 하늘을 보지 못했다. 하늘을 보며 꿈을 꾸고 하늘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리고 하늘을 보며 나를 봤다. 하늘을 보면서 그저 하늘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치 예수를 보며 그저 예수를 볼 수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