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데이터로 얻어지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특히 IT 업계처럼 급변하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안하다. 자신만의 관점이나 확신이나 방향성을 가지기 전에 세상이 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많은 경우 깊게 생각을 하고 경험을 통해 확신을 가지고 방향성을 일관적으로 가져가며 일하지 않는다. 방향성과 일관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생각의 근력이 필요한데, 그걸 갖출만한 시간과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순간에 불안해하며 그 불안을 없애줄 silver bullet을 찾는다.
그렇게 데이터라는 도구에 감정을 씌워서 보게 된다. 데이터는 단지 도구일 뿐이고 데이터는 용기를 심어주지 않는다.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은 맞지만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등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린 왕자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말했던 것처럼 "가장 용기 있는 결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지표나 데이터는 내가 "이미" 가기로 한 길을 더 잘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바로 앞을 비춰주는 혹은 지나온 길을 비춰주는 손전등 같다.
과학과 기술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학과 기술은 하나의 종교처럼 되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나 지표 또한 하나의 작은 종교처럼 IT 업계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표를 보고 인사이트를 얻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면, 실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사이트는 지표가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길러온 나의 삶과 일에 대한 관점이 지표라는 매개체로 새로운 해석을 낳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만의 관점, 나만의 태도를 길러왔다면 1개의 지표만으로도 인사이트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어떤 것을 달성하고자 목표를 정하고 그 길을 가려면 피드백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달리기 선수가 세계 최고의 달리기 선수가 되기로 했으면 어떤 거리를 얼마의 시간 동안 달렸는지 측정을 해야 한다. 스포츠는 게임으로서 현실 세상의 복잡성을 제거하고 단순하게 만들어서 인간이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의 세상은 그 복잡성이 제거되지 않는다. 현실이 복잡하기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려면 측정하는 과정이 복잡해진다. 마치 모든 정보를 분석해서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 결정하려는 상황과도 같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목표는 적어야 한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집중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몇 개의 지표를 보고 있는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지표로 복잡도 높은 세상을 모두 측정하고 모든 문제를 미리 예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복잡도 높은 세상에 대해서 알게 하는 것은 지표가 아니라 다양한 활동과 함께 일하는 분들의 다양한 경험을 통한 해석과 관점일 가능성이 높다. 지표가 현실을 잘 반영하지 않아서 더 많은 지표를 봐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지표와 관련된 우리의 관점과 생각을 하나의 비전으로서 엮어내는 것이지 않을까?
지표는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보여주지 않으며, 복잡한 세상을 모두 알려주지도 않는다. 어떤 목표를 추구할지 결정하고 걸어갈 때 집중하게 해주는 도구와도 같다. 만약에 정말 많은 지표를 보고 있다면, 불안함에 산만해지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도 정말 산만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산만할 때는 확실히 불안하고 불안하면 집중이 잘 안 된다. 어떤 지표를 왜 보는 것이고 그걸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는 어쩌면 일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드러내주는 하나의 거울일 수도 있겠다.
확신은 곧 경험이다. 내가 확신이 없어서 불안하고 불안해서 산만하고 산만해서 많은 지표를 본다면, 혹시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보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그 경험은 1만 개의 분석과 지표보다 가치가 클 때가 많다. 이제는 해석하는 눈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움직임으로서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이전에 보았던 지표들이 의미 없어졌을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험이 부족하다면, 내가 하지 않은 경험을 한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앉아서 더 많은 지표를 측정하는 것보다 가치가 있을 때가 많다.
정보를 모아야 할 때와 목표를 정해야 할 때, 지표를 보면서 집중할 때와 움직여야 할 때를 잘 구분하는 것이 시니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