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지표를 가지게 되는 과정
지표를 잘 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표를 잘 정한다는 말 자체에 함정이 있다. 이 말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달성이 어렵다. "잘한다"라는 것은 나 자신도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를 때 쓰는 말이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잘하고 싶다면 잘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다. 여기에서부터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
"지표를 잘 정한다"라는 것에 대한 내 개인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이 정의에 따라 잘 정의된 지표를 꿈의 지표라고 부르겠다.
- 꿈의 지표 : 목표가 이뤄져 가는 것이 숫자로 명확하게 표현된다.
꿈의 지표를 만들려면 필연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목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목표가 이뤄져 가는 것을 숫자로 표현해야 하는데 목표가 불분명하면 어떻게 숫자로 잘 표현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잘 달린다"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해보자. 이 목표를 숫자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따라서 시작부터 지표를 정하려고 하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도대체 내가 이루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지?"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잘 달린다"라는 예시를 생각해 보자. 나라면 아마 이런 식으로 생각해볼 것 같다.
1. 내 생각 돌아보기 : 잘 달린다.... 잘 달린다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봤을 때 잘 달린다고 생각했지? 빠르게 달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만 표정에 힘듦 없이 달리는 것을 봤을 때 잘 달린다고 생각했을까? 도대체 뭐였을까?
2. 내 생각 구체화하기 : 빠르게 달리는 게 내가 원하는 것 같아. 근데 빠르게 달린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지? 빠르게 달린다는 게 무엇일까? 일정 구간의 평평한 길을 직선으로 달릴 때 더 적은 시간만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출발과 도착이 있을 때 어떤 길로 가든지 빨리 도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3. 구체화된 목표의 의미 곱씹기 : 일정 구간의 평평한 길을 직선으로 달릴 때 더 적은 시간만에 도달하는 것이 측정하기가 쉬울 것 같아. 근데, 이걸 한다고 해서 뭘 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평평한 직선 길이 많지 않은데, 이런 곳에서만 빠르고 다른 곳에서는 안 빠른 것일까?
여기서 더 넘어가기 전에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세상에는 훌륭하고 달성할 가치가 있는 목표가 많지만, 그 모든 목표가 명확히 측정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더 행복해지기라고 해보자. 더 행복해지는 것을 측정할 방법은 많지 않다. 측정하기 어렵지만, 먼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어떠한 이미지나 그림을 비전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비전은 마음에 품고 일하는 순간순간 그 방향대로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비전이 꼭 지표로 표현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숫자로 잘 표현된다면 비전이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전은 모호해도 괜찮다. 하지만 실제 비전으로 향하는 길은 모호해서는 안된다. 꿈을 꿈으로만 간직하고 싶으면 그래도 된다. 적어도 꿈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다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을 비전으로 생각하면 안 되고 비전을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비전을 이루려면 전략이 필요한데 우리가 보통 말하는 목표라는 단어는 전략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목표는 지표로 표현하기 수월하다. 내가 가진 목표를 지표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비전만 있을 뿐 전략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 지금 어떤 단계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만약 가장 빠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비전이 있다면, 이러한 전략들을 세워볼 수 있다.
Step 1 : 달리기 위한 근력을 기른다.
Step 2 : 달리기 위한 심폐지구력을 기른다.
Step 3 : ...
이렇게 단계별로 쪼개진 전략들은 곧 목표로 만들 수 있고 목표는 곧 지표로 만들어질 수 있다. "Step 1 : 달리기 위한 근력을 기른다"라는 전략에 대해서는 "100kg 스쿼트를 10개 한다."와 같은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그러면 지표는 "100kg 스쿼트 횟수"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목표가 이뤄져 가는 것이 숫자로 명확하게 표현된다."라는 꿈의 지표가 만들어진다. 사실 꿈의 지표는 지표가 핵심이 아니라 그 전 단계들이 핵심이다. 내가 원하는 것과 그걸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중요한 것이다.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면, 만들게 된 이유나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비전이다. 그 비전을 이루려면 어떤 단계들이 필요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비전은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단계들은 아주 현실적이어야 한다. 비현실적인 단계를 전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보통의 서비스들은 (1) 생존 -> (2) 성장 -> (3) 자리 잡기 단계를 거쳐가는 것 같더라. 대부분의 문제는 생존해야 하는데 자리 잡기 위한 목표와 지표를 정하는 것이다. 어떤 서비스도 사용자들이 사용하지 않는데 비전을 이룰 수 없다. 그런 현실을 명확하게 인지한다면, "100명 사용하게 하기"와 같은 달성 가능한 목표가 세워진다. 그러면 자동으로 "누적 사용자 수"와 같은 지표가 정해진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은 몇 명을 위한 목표인가라는 것이다. 만약 2-3명을 위한 목표이면 그 지표를 계속 바꿔도 큰 문제가 없다. A라는 지표를 했다가 B라는 지표로 바꾼다 한들 그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10명을 위한 목표라면? 100명을 위한 목표라면? 지표가 변화한다는 것은 곧 목표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100명이 열심히 왼쪽으로 가다가 갑자기 앞으로 가자고 한다면 큰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을 움직이기 위한 지표일수록 더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면 된다.
단순한 진실 하나가 있다. 많이 해볼수록 잘한다는 것이다. 지표를 정해 보고 운영해 보는 경험을 몇 번 해봤는가? 만약 10번도 안 해봤다면 "잘하려고" 하지 말고 단순하게 10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