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야만 하는 삶에서 없어도 되는 삶으로

행복의 조건에 대해

by 웅사이다

최근 나를 유지하려면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인가가 없어도 되는 삶을 추구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남들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하나둘씩 따라 하다 보니 조금씩 변했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누가 봐도 있어야만 행복한 삶이 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더 행복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게 되었는데 왜 더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한 주제일 것이다. 이 생각의 밑바탕에는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할 것이다"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더 많이 가지게 되면 기존에 있던 욕구가 채워지면서 더 행복해지는 것일까? 경험상 가지고자 하는 욕구는 끝이 없다. 새삼스레 말할 것도 없이 이것은 사실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독립한다는 것은 이전에는 도움을 받아야만 유지 가능한 삶에서 도움을 받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었다면, 나를 유지하는 것이 이전보다 덜 필요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어른이 된 나와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면 오히려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인가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삶을 추구해 왔는데 추구하는 것과 실제로 이뤄내는 것은 난이도가 많이 다르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래야만 한다"라는 이야기를 훨씬 더 많이 듣기 때문이다. 불안감은 20대 때 오히려 덜 느꼈다. 대신, 더 솔직하게 주변에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30대가 되고 나니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쉽사리 허락되지 않는 듯했다.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 3가지인 사람과 100가지인 사람을 비교해 본다면 전자가 더 행복하기 쉽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지금까지 행복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100가지 행복의 조건이 필요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지 않았나. 내가 원하는 것과 정확히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조건의 수를 무조건 3가지로 축소하는 것이 해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내가 행복하기 위한 조건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이전에는 2000원의 아메리카노로도 행복을 느꼈는데, 이제는 스타벅스의 리저브 커피가 아니면 커피라고 느끼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커피를 더 알게 된 것이 오히려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언제든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전의 나의 삶이 현재의 나의 삶을 갇히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전에 만났던 만남, 일, 취미가 현재 나의 삶을 더 넓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좁게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정 일만 할 수 있고, 특정 사람들만 만나야 즐겁고, 특정 수준 이상의 음식을 먹어야만 "만족한다"라고 느낀다면 그 삶이 과연 행복할까. 이 대답에 "Yes"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사람은 편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없어도 만족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취한다면, 마음을 열고 더 많은 세상을 탐험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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