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벗어날 용기

by 웅사이다

커리어라는 길은 우리를 거기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하게 한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라는 말은 종종 커리어라는 말과 함께 사용된다. 미래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하면 더 큰 길로 갈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이 다니는 길로 갈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이 나를 봐줄 수 있는 길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평생을 그렇게 길 위에서 살아간다면, 길이 곧 세상이 될 것이다.


길을 벗어나 본 적이 있는가? 세상은 길 말고도 다채롭고 광활하다. 몰랐던 세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것이다. 하지만 항상 동일한 곳에서 머물고 걸으면서 생각만 한다면 세상에 대한 이해는 한정적일 것이다. 길어서 벗어나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세상이 펼쳐진다. 그리고 좀 더 중요하게도, 이전에 보지 못했던 삶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커리어라는 길을 걸어가는 것을 부정하거나 무작정 비판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커리어라는 말을 생각하면 더 밝은 미래나 더 넓은 가능성보다는 더 좁은 길, 남에게 맞춰야 하는 삶이 떠오른다. 단지 내가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람의 시야라는 것은 너무나 좁아서 한 곳만 응시하고 있다면 다른 것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나에게는 커리어라는 말이 한 곳만 응시하도록 강요하는 어떠한 분위기라고 느껴진다.


일이라는 것은 세상에 넓게 펼쳐져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도 일로서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서로 대화해서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면 서로에게 일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단지 이런 일들은 사무실에서 인정받지 못할 뿐이다. 가장 가치 있는 일들은 평가라는 필터에서 모두 제거된다. 누군가 정말로 노력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그들만의 장점을 봐줄 것이다. 하지만 환경은 강력하다.


남들이 “이렇게 가야 해”라고 말하는 길을 벗어나보면 많은 것이 보인다. 일단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기 때문에 나 자신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길이 없는 숲에서 걸어간다고 생각하면, 스스로와 매 순간마다 대화할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또한 길이라는 것이 영원히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이 걷다 보니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커리어라는 것은 조금은 결과론적인 시선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민다고 생각한다. 혹은 연봉이나 보상이라는 단 하나의 지표만으로 삶의 다양한 면을 모두 축소시키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도 보인다. 모든 새로운 걸음들이 새로운 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을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빛들을 우리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누군가 인적이 드문 길을 발견해서 걸어갈만한, 그 정도의 결과를 만들어줄 만한 발자취를 시작해보는 용기가 나에게는 필요하다.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길에서 벗어나고 나면 나라는 사람의 폭과 길이가 온전히 느껴진다. 생각보다 무모하지 않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길에서 벗어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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