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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Mar 27. 2024

기분이 좋아지려면

오늘은 글쓰기 싫은 날인데, 그래도 자리에 앉아서 글을 써본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책상 위에 앉으니 묘하게 편안한 마음이 생긴다. 하기 싫었는데, 막상 닥치니까 편해지는 인간의 감정은 참 알 수 없다. 처음 글쓰기를 매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글쓰기를 하기 싫은 날이나 할 수 없는 날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 자신을 다그치면서 매일 글쓰기를 억지로 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지속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일어나서 매일 아침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어떻게 하루를 보낼지 계획하다 보면 삶이 참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라는 것은 계획 없이도 잘 지나가는데 뭐 하러 이렇게 고민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또 어떤 계획도 없이 지내나 보면 시간만 축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아진다. 기분이라도 내 편이면 좋겠는데, 항상 내가 원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곤 한다. 자유롭고 싶지만, 막상 자유로우면 무질서한 시간이 마음을 괴롭힌다. 그렇다고 남이 정해놓은 질서에 따르며 사는 것은 내 성격에 잘 맞지 않는다.


아무렇게나 사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따라가지도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만의 규율이라는 것이 필요하구나. 남이 정하면 규칙이고 내가 정하면 자율이려나. 내가 정한 최소한의 규율을 통해 어제와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이어진다. 이러한 최소한의 끈을 통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제도 글을 썼고, 오늘도 글을 썼다. 그러니 내일도 아마도 글을 쓸 것이다. 이 단순한 행위를 통해 나는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이 느낌이 기분이 축 늘어지는 것을 잡아준다.


날씨가 좋으면 평균적으로 기분이 좋듯이, 내가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지키면 그날은 기분이 괜찮다. 평소에 기분에 따라가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사람인 이상 기분대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내가 나를, 그리고 나의 주변 사람을 부드럽게 따스하게 대할 수 있으려면 내 기분은 내가 지켜야 한다. 기분이 좋으면, 같은 말도 조금 더 듣기 좋게 입 밖으로 나가더라. 남들에게 말이 날카롭게 나갈 때마다, ‘아 또 내가 오늘 하기로 한 일을 안 해서 기분이 별로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 주변을 따듯하게 하기 위해, 나는 글쓰기라는 행동을 매일 반복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뭐, 아니라고 말한다고 해도 반박할 수는 없다. 오늘 글은 어느 정도 억지로 적은 거니까. 내 기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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