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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Mar 28. 2024

균형은 어려워

균형을 잡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평소에 움직일 때, 몸의 균형을 항상 잘 잡아야 한다. 아기 때부터 익혀온 균형 감각은 평생 동안 다치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마음의 균형은 한 번 익혔다고 끝이 아니다. 어제는 분명 마음의 균형이 잡혀있어서 괜찮았는데, 오늘 갑자기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그런 것을 보면 몸으로 균형 잡는 것보다 마음의 균형을 잡는 것이 난이도가 더 높다.


마음의 균형이라고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평형상태일 것이다. 평형상태는 정지하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자연에서의 평형도 멈춰있는 경우가 없다. 공기의 온도가 10도로 유지되고 있을 때, 공기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열을 방출하면서, 동일한 열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10도로 유지되는 것이다. 마음의 평형상태가 한 번만 유지했다고 끝이 아닌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의 마음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걸을 때, 몸으로 균형 잡는 것처럼 끊임없이 마음의 치우침이 없는지 살펴보고 바로 잡아야 한다.


눈으로 보이고, 신체로 느낄 수 있는 균형과는 달리 마음의 현재 상태는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지 않아서도 있다. 가만히 앉아서 마음을 관찰하면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있나. 해야 할 게 참 많고, 생각할 것이 넘쳐나고, 가야 할 곳이 끝이 없는데. 몸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이 움직이고, 생각도 따라가지 않을까. 그래서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집중해서 내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렸다면 마음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마음의 근육을 움직여서 현재 상태를 변화시켜야 한다. 마음의 근육이 없거나 그 근육을 움직이는 방법을 모르면, 상태를 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따라서 평소의 마음의 근육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겠다. 하지만 마음이 눈에 안 보이는데, 그 근육은 눈에 보일 턱이 없다. 마음의 근육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안 좋은 기분을 어떻게 내 마음대로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게 참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어려운 것 투성이다. 내가 균형을 못 잡는 게 못나서가 아니라, 원래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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