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이 집착이 되어가는 이유
무엇인가에 몰입해서 일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점심밥 먹고 일하려고 앉았는데 어느새 저녁밥을 먹을 시간이 되는 마법. 그렇게 몰두해서 일을 하다 보면 일과 나만 남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듭니다. 시간이 빠르게 간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런 몰입의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몰입해서 일했을 때, 정말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발전은 적고 스트레스는 쌓여갔습니다. 참 이상한 것 같아요. 분명히 나는 더 성장했을 거고 더 많이 일하고 있는데도 성과는 잘 안 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몰입이 집착이 되어가는 날들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휴일 덕분에 억지로 일을 안 하고 쉴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나곤 했습니다. 그때, 잠깐 30분 동안 일을 했을 뿐인데 일주일 동안 이루지 못했던 진전을 이뤄내곤 했습니다.
한 번이라면 우연이라고 생각하며 지나쳤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현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왜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하는 것이 더 큰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쓰면 그에 비례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거든요.
한스 로슬링이 쓴 “팩트풀니스”에서는 인간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그중에서 가장 와 닿았던 것은 직선본능입니다. 사람은 모든 것이 직선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재작년에 키가 5cm가 자랐고 작년에 5cm가 자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올해 5cm가 자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상당히 자연스럽죠.
세상의 많은 일들이 이렇게 “직선”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우리가 모두 잘못 판단하곤 하는 것 같아요. 몰입의 즐거움을 느꼈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30분 몰입을 했을 때 10퍼센트의 성장을 이루었고 1시간 몰입했을 때 20퍼센트의 성장을 이루었다면 그렇게 “직선의 형태”로 성과가 나타날 거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일에 몰입하며 보낸 그 시간은 이내 나를 배신했습니다. 어느 순간 성장과 성과가 제자리에 멈춰버린 것이죠. 처음에는 이상하다 생각해서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곤 합니다. 예상보다 일이 진척이 되지 않자 마음은 점점 조급해집니다. 마치 2배가 오른 주식을 산 사람이 2%씩 오르는 주식을 볼 때의 마음처럼 말이죠.
사람이 세상을 직선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모든 곡선이 가까이서 보면 직선으로 보이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누구나 지평선을 바라본 적이 있을 거예요.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볼 때면 도저히 지평선이 곡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죠.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지구가 둥근 것을 알고 그래서 지평선이 곡선이라는 것을 압니다. 이렇게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본능이 현상을 바르게 보지 못하게 방해하곤 하는 것 같아요.
짧은 직장 생활 동안의 경험을 뒤돌아봤을 때 동일한 착각을 항상 했던 것 같아요. 나는 항상 현재 시간에 머물러있고 현재 시점에서는 모든 것이 직선으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몰입의 즐거움과 함께 얻은 성과가 2배, 3배 되기를 원했고 그렇게 몰입은 집착이 되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왜 성과는 시간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를 다음 글에서 설명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