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대부분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잘 웃고 행복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는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까. 어떤 일 때문에 분노하고 슬퍼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잘 못 지내는 사람이 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사실 뒤돌아보면, 서글퍼 울거나 분해서 눈물을 흘릴 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도 많은 기분이 지나치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으면 ‘나는 잘 못 지내는데..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생각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의 “잘 지내?”라는 질문에 생각없이 “잘 지내지~!”라고 대답하는 나를 자주 발견한다. 대답할 때마다 나는 무슨 답을 하고 있는건가 싶다. 사실 돌이켜보면 잘 지낸다고 답했던 세월 중에 잘 지내는 상태였던 적은 많지 않다. 하지만, 살아있었냐고 하면 나는 항상 나로서 살아있었던 것 같다.
최근 몇 달 동안 서글픈 일도 많고 분한 일도 있고 답답한 일들도 많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는 배를 타며 바다 위를 표류하는 느낌도 받는다. 오랜만에 다시 이런 감정들을 느끼며 스스로를 나무라기도 했다. 나이 들었으면 적당히 할 줄도 알아야지 여전히 뜨거운 나의 열정을 보면서 말이다.
하지만 철없이 뜨거운 그 열정이 이름없는 위대한 누군가들이 느꼈던 열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나는 그렇게 위대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지만, 아직도 이렇게 슬픔을 느끼고 흐르지 않는 눈물을 느끼는 것을 보면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구나 싶다.
30살이 되었을 때,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깨닫지 못한 것 같아 내심 실망했다. 하지만 세상을 1년씩 더 겪으면서 내가 해야할 일이 점점 명확해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는 앞으로 함께 할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