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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사이다 Nov 22. 2022

데이터 분석가의 미래

우리는 어떤 파도를 타고 있을까?

데이터 분석가로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이 직군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이 이상과 다르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상적이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면 현재의 혼란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미래를 어떻게 그릴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구체적 시점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의 흐름에 대해서 예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모든 직군은 세상의 큰 흐름에 따라 생겨나고 없어진다. PM과 UX 디자이너는 언제부터인가 세상의 흐름에 따라 새로 만들어진 직군이다. 그렇다면 데이터 분석가는 세상의 어떤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흐름 :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

기업은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돈을 번다.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려면 고객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회사가 작을 때는 경영자는 고객과 아주 가까이에 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실제 의사결정자는 고객에게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의사결정자와 고객이 점점 멀어질수록 고객의 목소리가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것이 어려워진다. 때로는 고객의 니즈가 CEO에게 도달하는데 수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실제로 고객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것은 실제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직원들일 것이다. 고객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들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기능 단위로 쪼개져 있는 조직의 경우 직원들은 각자의 기능만 알 뿐 제품에 관련한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다. 따라서 의사결정할 때 조직도 상 더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의사결정을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제품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모든 필요한 기능의 사람들을 모아서 팀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게 목적조직이다. 목적조직의 PM과 구성원들은 제품에 대한 전체 그림을 생각하면서 순간순간 빠르게 의사결정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자의 입장에서 직원들의 의사결정을 신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한 어떠한 의사결정을 신뢰하려면 명확성이 필요하고 그걸 만들어주는 것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는 큰 흐름이다. 데이터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누구나 전체를 보면서도 조직 내 다른 사람이 의사결정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다.


두 번째 흐름: 과학적 사고의 보편화

종교의 시대에는 머릿속의 생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했다. 예를 들면 천동설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하게 되는데 비즈니스에서는 이것은 치명적 단점이 된다. 과학의 시대가 오고 나서는 세상에 대한 사실에 머릿속의 생각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고객은 이럴 거야’라고 생각하고 제공한다면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상과 고객에 대한 사실을 알아내고 그 사실을 토대로 기업의 생각을 맞춰나가야 한다.


과학자는 기본적으로 모두 데이터 과학자이다. 세상에 대한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측정을 하고 실험해야 하는데 측정과 실험에서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통해서 증명하지 못한다면 사실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기업에서 데이터를 통해 측정하고 실험하는 이 과정은 결국 과학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이 과학을 통해 세상에 대해 학습해나가듯이 기업은 데이터를 통해 시장과 고객에 대해서 학습해나가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가가 하는 일의 본질

과학적 방법론을 고객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직원들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데이터 분석가가 하는 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적 방법론의 핵심은 가설과 실험을 통한 검증 그리고 지식의 누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시장과 사용자에 대해 검증된 사실의 양이 곧 데이터의 영향력이지 않을까? 그렇게 봤을 때 데이터 분석가는 자신에 대해 평가할 때 수행한 분석의 수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 이뤄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수 혹은 데이터를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사용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쉽지 않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노력의 양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도전적인 일인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은 비즈니스라는 전쟁터에 있기 때문에 더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사람이 과학적 방법론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하게 하는 것은 엔지니어링이 잘하는 일이다. 따라서 엔지니어링 역량과 아주 밀접하게 붙어서 이 경험의 질을 지속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우리는 누구일까?

현재 나는 데이터 분석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레 “데이터 분석”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일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면 “누구나 과학적 방법론을 의사결정에 도입하는 것”이 곧 우리의 일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사실 우리는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라 “의사결정 과학자” 혹은 “의사결정 엔지니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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