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환상 - 낮 2

by 수민

우리 빌라 사람 중

누군가가 문을 쾅 닫아서

유리가 와장창 깨졌다


나가서 구경하고 싶은데

낮이 길어서

소리만 듣고

소문만 들었다


엄마는 청소기를 돌렸다

우리 집까지 유리 파편이 튀었다


재수가 없었다

하필 내가 화장실 가다가

밟았다

피가 나왔다


엄마는 청소기를 돌리다 말고

부적을 썼다

급하다고 했다


내가 밖으로 나간 건

유리가 모두 치워지고

새 문이 설치된 어느 날


낮이 짧아서

엄마는 부적을 붙여두고

누군가 유리를 깼다


깨지지 않아서

여러 번 내리쳤다

그래도 안 깨져서


굿판을 벌었더니

유리창이 깨졌다

낮에만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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