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를 삭제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살기

by 청춘의한조각

오늘 드디어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그동안 어플 자체를 지웠다 다시 깔았다를 반복했다.

계정을 일시적으로 못 보게 하는 비활성화를 했다가 풀기도 여러 번이었다.

올렸던 게시글을 이불 킥과 함께 지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무엇이 나를 이 SNS에 스트레스받고 집착하게 만들었을까.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함께 간단한 글을 올릴 수 있는 SNS의 한 종류일 뿐이다. 팔로우한 친구들의 글도 볼 수 있고, 태그를 검색해 맛집이나 여행지를 찾기도 하는 등 순 기능도 많다. 연예인들이나 공인들은 이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쓴다. 그저 단순해 보이는 이 SNS을 나는 왜 끊어내지 못해 안달일까.


인스타에서 보여주는 누군가의 일부로 인해 잠재돼 있던 나의 결핍이 올라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찬란한 한 순간을 나와 비교할 때도 있으며, 나의 순간을 공유하며 타인의 관심을 구걸하기도 했다. 고민 고민하다 올린 나의 사진 한 장에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좋아요는 몇 개나 눌렸을까 신경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쟤는 내 스토리는 염탐하면서 왜 내 글에 좋아요는 누르지 않는 거지?'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반면, '쟤는 저런 거까지 올리네 유별나다' 하는 생각도 했다. SNS는 보여주기 위한 매체이다보니, 다른 사람의 반응을 매우 의식하고 있었다. 그만큼 나는 타인의 시선에 예민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찬란했던 한 순간을 확인하며 나와 끊임없이 비교한다. 나와 팔로우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의 근황을 염탐하기도 했다. 어떨 때 나는 관심종자 같기도 하고, 어떨 땐 관음증 환자 같기도 하다.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계정을 삭제했다.


지금까지 끊어내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이 작은 SNS 어플이 내 얇디얇은 인간관계의 유일한 끈이라고 생각했다. 이 마저도 없으며 가늘고 가는 나의 사회적 관계가 단절될 거라고 느꼈다. SNS로 소통하며 어떻게 사는지 근황은 어떤지 알 수 있었고, 댓글로 나마 안부를 주고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근황은 인스타 따위로 알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이미 단절된 관계는 SNS 따위로 연결되는 게 아니었다.


2017년 발표된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영국 왕립 공중보건 학회 연구결과를 통해 인스타그램이 최악의 SNS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14세에서 24세 사이의 SNS 이용자 1500명에게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냅챗, 페이스북, 트위터 총 5개 대표적인 SNS 영향력에 대해 조사했고, 각 매체의 불안, 우울, 외로움, 괴로움 등 항목에 응답자들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최악의 SNS로 꼽혔던 인스타그램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남과 나를 비교하고 싶지 않다. 남의 찬란한 한순간을 전부인 양 믿으며 내 삶과 견주고 싶지 않다.

내 한 순간을 올리며 반응을 눈치 보고 싶지도 않다. 그냥 나는 나대로 내 모습에 만족하며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싶다.


계정을 삭제하고 한 달 동안 복구를 하지 않아야 완전히 삭제된다. 나를 잘 아는 친구는, 심지어 남편조차도 나는 궁금함을 못 참고 한 달 안에 로그인을 해서 계정을 복구시킬 거라는 악담 아닌 악담(?)을 하기도 했다. 슬프게도 나 역시 한 달간 로그인을 하지 않을 자신, 사실 없다. 그래도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며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한 달간 참아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쌓아놨던 내 지난 추억들이 단숨에 사라진다는 게 슬프기도 하다. 대학시절부터 올려놨던 청춘의 조각들을 다신 볼 수 없다는 것도 아쉽고 그리워질 것 같다.


그럼에도 끊어내고 싶은 것은, 사실 인스타그램을 핑계 삼아 끊어내고 싶은 내 결핍 덩어리인지도.



작가의 이전글임밍아웃을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