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춘의한조각 May 13. 2021

임밍아웃을한다면

[삼십 대가 되니 임신 생각이 간절해지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십 대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엄마가 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삼십 대가 되면서 임신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난임 병원을 다니며 준비를 하지만 쉽게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보니 '엄마가 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고, 예쁘고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참 소중한 거구나'하는 생각과 임신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졌다.


요즘 즐겨보는 유튜브가 있는데, 누군가의 '임밍아웃' 영상이다. 임신 사실을 남편이나 양가 부모님께 알리고 그 반응을 보는 것인데, 얼굴도 모르는 남의 커플들이 임신 사실을 알리는데 왜 내가 기쁘고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 영상을 보면서 나도 임신을 하면 저렇게 임밍아웃을 해야지 하고 결심했다.


사실 나도 몰랐던 나의 임밍아웃은 작년 봄, 산부인과에서였다. 오래도록 생리를 하지 않아 검사 겸 피임약을 받으러 간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를 통해 임신 사실을 알았다. 임테기도 아닌 초음파로 말이다.

"어? 축하드려요? 임신이네요?" 앳된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임신일 것이라는 생각을 1도 못했고 그전까지 남편이랑 부어라 마셔라 술 마신 것만 기억에 났다. 동시에 엄마가 떠오르면서 눈물도 조금 났다. 우리 남편은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이번에 임신을 하면 철저하게 내가 먼저 알고 남편을 놀라게 해주어야지.


임신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때는 6주가 되도록 아무 증상을 못 느꼈다. 그저 회사생활이 바쁘고 정신없다 보니 내 몸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허나 임신을 간절하게 바라는 요즘에는 작은 증상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중이다. 증상 놀이에 임테기의 덧에 걸려 매일 임테기를 하고 있는데, 단호박 한 줄에 서운하다가도 증상 놀이에 다시금 기대하고 있다.


[남의 임밍아웃을 보고 오열하다]


작년에 임신을 했을 때는 경황이 없어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친정에 가서 알렸고, 그다음 주 심장소리를 듣고 시댁에 알렸다. 하지만 계류유산을 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12주 안정기가 지나면 임밍아웃을 하고 싶다.

유튜브 임밍아웃 영상들을 보면,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부모의 반응은 두 가지다. 굉장히 신기해하면서 신나하시는 부모님이 있는 반면, 말없이 눈물을 흘리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내가 보았던 영상에서는 친정아버지가 말없이 폭풍 오열하셨는데, 나도 같이 오열하면서 봤다. 어머니의 눈물보다 무뚝뚝한 줄 알았던 아버지의 눈물이 강하게 들어왔다. 우리 아빠가 계셨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나는 요즘 몹쓸 취미에 빠졌는데 남편이 없을 때 유튜브를 보면서 우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우리 남편과 같이 있을 때는 티키타카 장난치면서 웃고 떠들다가, 집에 혼자 있으면 유튜브를 보고 혼자 오열한다. 오늘도 남의 임밍아웃 영상을 몇 개나 보고 울었는지 모르겠다. 수많은 과배란 주사와 약으로 인한 호르몬의 영향인 것인지 그저 임신이 간절한 내 마음의 문제였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울고 나면 시원해지는 탓에 일부러 눈물을 찾아 헤매거나 무언가 하나에 빠지면 그것에만 몰두하는 내 성향의 문제인지도.

작가의 이전글 나를 사람 만든 건 팔 할이 직장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