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첫 시작
개인 카페 탐방 패키지, 낭만의 첫 시작
일상생활 속의 낭만이 무엇일까 고심했다. 돈이 크게 들어가지 않으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하게 즐길 수 있는 거리를 찾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당장 실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평일에도 사람들로 붐비는 대학로. 4번 출구로 나오면 그 거리 끝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다. 그곳에서 김애경 작가의 책을 두 권 사들고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주변을 좀 둘러보다가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겠지만 그날은 나에게 부여된 미션이 남아 있었다. 확신에 찬 발걸음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대로에서 골목으로, 다시 골목에서 더 비좁은 골목으로. 마치 탐정이 된 것처럼 구석구석 살피면서 걸었다. 발걸음을 옮긴 지 십 분이 채 되지 않아, 드디어 그곳을 찾았다. 그곳은 높은 건물로 빽빽이 들어차 있는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자태로 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나는 원래 이곳에 오려 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개인 카페였다. 나에게 부여된 미션은 바로 분위기 좋은 개인 카페를 탐방하는 것이었다. 개인 카페마다 그 분위기가 달랐다. 당연히 고유의 커피 맛도 전부 달랐다. 나는 커피 한 잔 값으로 개인 카페 탐방 패키지를 끊은 것이었다. 달리 보면 저렴한 비용이었다.
오후 한 시 반이 넘은 시각이었다. 점심 시간인데도 카페 안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젊은 여성 바리스타만이 조신하게 나를 맞이했다. 조용한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그 카페와 맞아 보였다. 카페의 문부터 테이블, 의자 등 모든 가구에 고풍이 배어 있었다. 나는 겨울 햇살이 비추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카운터로 향했다.
"카페모카 한 잔 주세요."
그녀는 값을 치르고 나에게 조심스럽게 쿠폰을 내밀었다.
"쿠폰 드릴까요?"
"어...네, 주세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가 쿠폰을 내민다는 건, 이곳에 또 올 수 있냐는 물음이었다. 나는 쿠폰을 받고 그곳에 또 오겠다는 무언의 약속을 했다.
노트북을 꺼내 개인 일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카페의 좁은 공간이 손님들로 가득 들어찼다. 그리고 뒤이어 세 명의 여자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4인석에 홀로 앉아 있었고, 빈자리는 2인석 하나뿐이었다. 젊은 여성 바리스타는 자리를 둘러보더니 굉장히 난처해 했다.
"제가 이리로 옮길게요."
내가 자리를 옮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옮겼다. 젊은 여성 바리스타는 내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나도 괜시리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일에 다시 집중했다. 그런데 몇 분 후, 젊은 여성 바라스타가 웬 접시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그 위에는 티라미수 한 조각이 올려져 있었다.
"아까 자리 옮겨주셔서 감사해요"
"아니, 뭘 이런 걸 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젊은 여성 바리스타는 얇은 미소를 띠우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한동안 그 따뜻한 여운이 남아 멍하니 티라미수만 내려다 보았다. 내가 도대체 뭘 했다고. 이런 게 바로 개인 카페의 정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이 따스함을 사진으로 남겼다. 찰칵. 낭만의 시작은 굉장히 순조로웠고, 낭만적이었다.
그곳이 생각날 때면 언제든 찾아가 보려 한다. 커피 한 잔 값으로 할 수 있는 여행. 여행이란 낯선 장소를 방문해 그곳을 단순히 둘러보는 의미도 있지만, 그곳의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이 여행의 참된 의미라 여겨졌다.
2017.02.22.수.
개인 카페 탐방 패키지, 낭만의 첫 시작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