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집 1편 '나에게 대학교란'

인간적인 감성, 하루의 기록

by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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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2월,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어떤 이유로 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두꺼운 파카 차림에도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에 몸이 으스스 떨리는 그런 겨울날이었다. 게다가 학교는 산간 오르막길에 있어서 더욱 춥고 바람이 매서웠다. 해가 일찍 저문 저녁 시간에 엄마와 나는 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때는 방학 중이었고 저녁시간이었기 때문에 캠퍼스를 거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정문을 지나 학교로 들어섰다. 나는 들어가는 내내 아름다운 학교의 풍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전날까지 눈이 많이 내려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길을 따라 도로가에 쭉 서있는 나무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옷을 입힌 것처럼 가지 위로 눈을 수북이 입고 있었다. 혹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는 아닐까. 얕은안개까지 껴있어 그 신비스러움을 더했다. 이상하리만치 심장이 빨리 뛰었다. 마치 금세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학교의 아름다운 전경에 푹 빠졌다. 나의 대학시절의 첫 기억은 그렇게 뇌리에 남아있다.


나는 서울에서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서울사람이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용산이란 곳을 고등학생 때까지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서울촌놈이었다. 그 흔한 강남, 신촌, 대학로 같은 화려함 넘치는 번화가에 발자국을 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타지생활을 하게 된 곳이 바로 대학교였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처음인 대학생활. 그래서 천안이란 도시는 아직도 내게 설렘으로 다가온다. 천안으로 향하는 기차를 탈 때면 알람시계를 맞춰놓은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대학교는 새로움이 가득했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풍경.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동기들을 만나게 되고, 선배를 만나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을 얻어먹게 되고, 캠퍼스 한쪽에서는 동아리 버스킹 공연이 한창이고, 수많은 술자리, 새롭게 사귄 이성 친구 등... 아침에 일어나 등교를 하는 발걸음은 항상 가벼웠고 들떠 있었다.


나는 대학교 앞에서 자취를 했다. 햇수로는 2년 동안. 자취는 내게 또 다른 세상이었고 대학생활의 새로움을 더해주었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강하게 들던 때이기도 했다. 내가 몇 시에 전화를 하던 만나줄 친구가 바로 지근거리에 있었고 내게 술 한 잔 하자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옆방에 친한 선배가 살아서 조금이라도 외로울 것 같으면 맥주 두 캔을 들고 옆 방문을 두드렸다. 지나가는 후배 한 명을 붙잡고 밤새 막걸리를 먹기도 했고, 썸을 타는 여후배와 같이 근처 호수에서 런닝을 하기도 했다. 시험기간이면 학교 건물에 남아 동기들과 같이 밤새 공부를 하기도 했고, 공부에 지칠 때면 복도에 나와 컵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축구를 차다가 끝나고 다 같이 모여 치킨에 맥주를 먹으며 밤을 불태우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종전 때는 한방에 6~7명이 삼삼오오 모여 새벽경기를 시청하기도 했다. 손에는 맥주캔을 들고, 각자 응원하는 팀을 열심히 응원하면서. 술자리에 불려가 선배가 소개시켜준 동기 여자애를 좋아해 보기도 하고, 갓 입학한 스무 살의 어린 후배를 꼬셔보기도 했다. 무슨 일이 내게 닥칠지 모르는 그런 새로움 덩어리 같은 나의 대학생활.


비록 지금은 그 설렘의 정도가 조금 줄어들었고 새로움은 익숙함으로 그새 바뀌었지만 아직도 대학교란 공간은 내게 설렘으로 다가온다. 한편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다가오니까 두려움의 감정 또한 커졌다. 대학교는 내게 설렘을 안겨다 주는 공간인데, 졸업하고 나면 어떤 공간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내게 돌아갈 자리는 어떤 곳이 될 것이고, 그 돌아갈 자리는 어떤 기대감을 품게 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요즘 늘어가고 있다. 괜한 기우일 수 있다. 앞으로도 나의 대학생활은 3학기가 남았고 당장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에.


나의 추억을 적은 백 페이지짜리 책이 있다면 그 중 반, 오십 페이지는 대학시절로 적고 싶다. 남은 대학생활 또한 그 추억으로 가득 하길 바랄 뿐. 아직 대학생활의 새로움이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묘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왠지 기대가 된다. 입학할 때, 그리고 군복무 마치고 복학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신입생 때와 복학생 때가 다르듯, 학교에서 가장 윗 학번으로서 맺는 인간관계와 쌓는 추억은 또 다를 것이다. 좋기만 한 기억은 없겠지만 그 어떤 경험이든 나의 색깔을 조금 더 진하게, 그리고 나다운 색깔로 칠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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