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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Sep 17. 2017

영화 <인턴>
씁쓸함이 남았다

작가 정용하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인턴> 씁쓸함이 남았다


언제 우리나라는 영화에서처럼,
나이와 성별과 직급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그날이 찾아올까.



세계 최고의 선수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 치열한 몸싸움. 필자는 평소 프리미어리그를 즐겨본다. 이번 시즌도 스페인의 알바로 모라타,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 프랑스의 알렉산드로 라카제트 등 둘째가라면 서러운 다수의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로 향했다. 이 선수들이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할지, 그들이 선보일 최고의 퍼포먼스가 매우 기대가 된다. 빙 둘러 말하긴 했지만, 영화 <인턴>은 내게 그런 영화였다.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등의 훌륭한 배우진만 보아도 어쩌면 영화의 재미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거기에 은퇴한 70세 노인이 인턴으로 다시 회사를 들어간다는 신선한 소재는 눈에 띄었다. 아니나 다를까, 훈훈하고 온화한 벤(로버트 드 니로)이 선보인 명품 연기는 영화 내내 따듯한 국물을 그릇 채로 들이마신 듯한 포만감에 젖게 했다. 특히 자극적인 소재로 판을 치는 최근 영화 판세에 경종을 울리는 듯했다. 그렇듯 영화 <인턴>은 부담 없이 가볍게 볼 만한 영화로 적절했다.     


출처 - 영화 <인턴>
출처 - 영화 <인턴>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를 한국 축구로 대입해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솔직히, 한국 축구는 여러모로 격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한국인이라면 국내 축구도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말은, 당위성에만 따른 조언에 불과했다. 그런데 단순히 재미가 없다고 해서 꼭 애정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게 문제였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갖추고 있는 축구계의 구조적 인프라와 권위주의적 시스템에선 한계에 부딪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안타깝게도 영화 <인턴>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잔잔한 여운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지만, 동시에 씁쓸함마저 양산했다.   

  

출처 - 영화 <인턴>
출처 - 영화 <인턴>


앞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세상사긴 하지만, 70세 노인이 큰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는 것부터 판타지적 발상이다. 미국은 어떨지 몰라도, 솔직히 우리나라에선 70세 노인을 인턴으로 뽑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들은 벤 휘태커처럼 이해심 많고 온화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을 보면 늘 조언하고 싶어 하고, 상위 계층에 서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나라만의 유교 문화라 굳게 믿는 사람들이다.      


출처 - 영화 <인턴>
출처 - 영화 <인턴>


게다가 줄스 오스틴(앤 헤서웨이)처럼 화려한 워킹맘도 우리나라에선 존재하기 힘들다. 그래도 이 문제에 있어선 비교적 우리나라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게 그려내긴 했지만, 평범한 30, 40대 부부라면 맞벌이를 하지 않고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건 불가능하다. 여성 전업주부도 적어지는 세상인데, 남성 전업주부라니, 현실성이 떨어졌다. 그런 우리 현실에서 겪는 워킹맘의 고충이란 줄스 오스틴이 겪는 고충과는 한 차원 다른, 상상 이상의 형태다.         


출처 - 영화 <인턴>
출처 - 영화 <인턴>


그래서 그런지,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한 영화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하진 못했다. 장면마다 자꾸 우리나라의 현실이 오버랩 되었다. 언제 우리나라는 영화에서처럼, 나이와 성별과 직급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그날이 찾아올까. 아마 쉽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마저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솔직히 그 가능성을 따지자면 꽤나 비관적인 입장이다.  



작가 정용하의 한줄평

자극적이지 않은 편안한 영화였지만
말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하진 못했다.


2017.09.17.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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