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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Sep 24. 2017

영화 <마녀와 야수>
유별난 개인이 짝을 만나는 법

작가 정용하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미녀와 야수> 유별난 개인이 짝을 만나는 법



그런데 우리는 보통
운명적인 사랑을 망부석처럼
기다리기만 한다.




영화 <미녀와 야수>는 유별난 개인들의 이야기다. 그중에 저주에 걸린 야수(댄 스티븐스)는 두 말할 필요 없는 유별난 존재다. 험상궂은 그의 외모는 결코 평범치 않다. 그렇다면 벨(엠마 왓슨)은 어떨까. 벨은 오히려 너무 뛰어나서 시기와 질투를 받는다. 극중에서 글자를 읽을 줄 안다는 것만으로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 어찌 보면 모든 걸 갖춘 듯한 그녀에게 쏟아지는 시투는 당연했다. 벨은 당나귀의 힘을 빌려 세탁 기계를 만들어내는 등 특출함도 보였다. 반면에 마을의 아낙네들은 빨래터에서 빨래방망이를 두들겨 가며 힘겹게 빨래를 했다. 평범한 삶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작은 마을에서 벨의 그러한 면이 반가울 리 없었다. 그러나 벨은 곱지 않은 시선에도 전혀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했다.      





그런데 벨과 야수만 유별난 개인일까. 영화에서는 다수와 소수의 인물이 대립하는 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됐지만, 자기 멋에 취해 벨에 구애하는 개스톤(루크 에반스)이나 동성애 캐릭터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르푸(조시 게드) 등, 다수의 인물도 결국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전부 유별난 개인이었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영화에 공감할 수 있었던 요인이 숨어 있다. 벨이, 또는 야수가 꼭 내 이야기 같은 거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현실의 나도 비슷하게나마 느낀 적이 있는 거다. 나 같은 경우도 그렇다. 왠지 나만 사람들의 주위를 겉돌고, 생각이 유독 많아 피곤한 삶을 자처하는 것 같다. 특히 다른 사람들은 쉽게 연애를 하는데, 나만 유독 사랑이 어려운 듯 느껴진다. 그런데 사실 이는 누구나 그렇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뿐이니까. 누구나 자신을 짠 내 나고 굴곡 많은, 비운의 주인공으로 묘사한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유별난 개인이라 인지한다.     





그런데 유별난 개인들인 우리는 타인의 삶을 추종한다. 타인과 비슷해지기 위해 무단히 애를 쓴다. 그러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꿈꾼다. 많은 이들이 백마 탄 왕자나 벨처럼 예쁜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는 오래된 솔로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현실에서 하늘이 무너져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벨이 결과적으로 운명적인 사람을 만났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남들과 비슷해지려 굳이 애를 쓰지도 않았다. 개스톤을 멀리서 흠모했던 여인 세 명이 같은 의상, 같은 머리스타일, 같은 행동을 연출했던 것과 달리, 벨은 마을에서 유일하게 밝은 색 계통의 푸른 옷을 입었다. 영화 <미녀와 야수>가 전하려는 맹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벨은 사람들과 섞이지 못해도, 또 사람들이 자신을 시투해도, 자신의 고유 색깔을 포기하지 않았고, 운명적인 사람이 나타났을 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갈 줄 아는 강한 여성이었다. 이 영화를 페미니즘적인 영화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운명적인 사랑을 망부석처럼 기다리기만 한다. 또, 최대한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쓸데없는 힘을 낭비한다. 막말로 자신만의 색깔도 없고, 먼저 다가갈 의지도 없는데, 어떻게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은 막상 운명적인 사람이 나타나도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외면의 아름다움만 좇지 마라.’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라.’     



사실 영화의 표면적 메시지는 단순하다. 그러나 벨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전하는 메시지에 묵직함이 담겨 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하여 남들을 따라 하기 좋아하고,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한국인들은 벨의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벨이 예뻐서 그렇다고 쉽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주체적이고 자신감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     





봄에 개봉했던 이 영화는, 어쩌면 가을, 그것도 늦가을에 어울리는 영화일 수 있겠다. 주된 배경인 왕자의 성 주변도 한겨울의 날씨였다. 빈자리에 쓸쓸함을 느끼지만, 결실을 맺는 계절이기도 한 가을과 영화 <미녀와 야수>는 왠지 모르게 맞닿아 있다. 또, 영화 OST 메인 테마곡 <Beauty And The Beast>를 비롯해 <Belle>,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 등이 크리스마스 캐롤 송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이미 영화를 보았던 사람들도 계절이 주는 기운을 받아 다시 본다면 아마 다른 감상을 내놓을 수 있다. 좋다. 이번 연휴를 집에서 즐길 사람은 영화 <미녀와 야수>로 정하자.




작가의 한줄평

봄에 개봉했던 영화지만,
어쩌면 가을에 더 어울리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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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4.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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