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집 21편
[감성에세이] 아쉬운 대학생활, 그 끝에 서다
“아마도 무의미했다는 사실이,
낙제점을 받은 학생처럼,
나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지난 7년이란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물론 그중 2년은 군 생활로 보내야 했지만, 내게는 참 길고 긴 대학생활이었다. 이제 어느덧 그 끝에 서 있다. 7년의 대학생활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머지않았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또, 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지금, 타다 남은 재처럼 그 모든 것들의 형체는 사라지고, 혼자만 남았다.
후회할 게 분명하지만, 지금으로선 하루 빨리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심정이다. 며칠 남지도 않은 상태인데 그마저도 시계태엽을 빨리 감아버리고 싶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그런 건 아니다. 표면상으로만 본다면, 대학생활을 누구보다 훌륭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고 자신할 수 있다. 다만, 지난 7년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는 굉장히 애를 쓴 것 같은데, 그 결과가 뭐였을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고, 다소 헛헛하고 무의미한 감정을 지울 수 없을 뿐이다.
이미 졸업한 이들은, 나에게 대학 시절을 충분히 즐기라는 조언을 해줬다. 분명 대학 시절이 그리워질 순간이 찾아온다고.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여긴다. 분명 언제 그랬냐는 듯 대학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 추억을 좇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이다. 누군가 나의 등을 세게 밀듯 대학가를 빨리 떠나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다.
뭔가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그래, 의미다, 의미. 나는 언제나 의미를 갈구하는 동물인데, 대학생활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그렇다. 대학교 1, 2학년 때는 사람에 의미를 두고, 사람 사귀기 위해 그토록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 노력이 부질없다는 걸 깨닫고 난 뒤부터 대학생활의 의미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렇다고 내가 배우는 전공에서 의미를 찾은 것도 아니고.
어찌 보면, 내가 제자리를 찾은 것일 수도 있다. 원래 좁은 관계밖에 유지할 수 없는 그릇인데, 내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왔던 것일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에 와서 탈이 난 것이고. 분명 이것 또한 경험이고, 7년간 수많은 경험들이 결국 지금의 나, 원래 자리의 나를 만들어놓은 셈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마무리하는 시점에 긍정보다 부정적인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이. 형용할 수 없는 모종의 감정이 나를 부정으로 이끈다는 것이. 아마도 무의미했다는 사실이, 낙제점을 받은 학생처럼, 나를 낭떠러지로 떠미는 것 같다.
되돌아보면, 친해지기 위해, 깊어지기 위해 내 나름대로 정말 무던히 노력했다. 그러나 나의 방식이 대부분의 사람들과 맞지 않았나 보다. 이 정도가 되면, 대학생활 동안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자연스레 의구심이 들 수 있겠다. 그러나 단정 지어 말해 관계의 불화나 이별의 상처 등, 합리적으로 생각해볼 만한 일들이 내게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어떤 마무리든 시원섭섭한 감정이 들기 마련인데, 나는 그저 헛헛한 감정뿐이랄까.
아마도 이런 마음이 내년 다르고, 내후년 다를 것이다. 지금은 그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솟구치지만, 내년엔 그리운 마음으로, 내후년엔 애틋한 마음으로 변모할 수 있다. 모든 일에 시작과 끝이 있다면, 나는 끝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내가 그려왔던 그림만큼 마무리가 그에 못 미쳤던 듯하다. 그래서 더욱 아쉬워하는 거겠지.
7년간의 대학생활.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그 시작을 생각하면 걱정도 되지만, 설레는 마음이 사실 더 크다. 대학생활을 그저 이렇게 아쉬운 상태로 마무리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방법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상태 그대로. 나는 이대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할 것이다.
2017.12.13.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