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집 23편
[감성에세이] 길흉의 불협화음, 그러나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사주점괘와 같은 미신을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신하는 건 또 아니다. 그게 무슨 말인고 하니, 나쁜 얘기엔 귀를 닫고 좋은 얘기만 골라 체득한다는 뜻이다. 최근 주변 사람에게 용하다는 사주 어플을 하나 추천 받았다. 돈이 따로 들지 않는 착한 어플이라 기분 좋게 내 신상을 적어 넣었다. 좋은 사주가 나를 맞이하길 나름 기대하면서. 한데 막상 해보니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사주풀이에는 좋은 내용으로 그득했다. 그중 가장 반가운 소리는 단연 ‘2018년 연애운이 좋다’였다. 작년, 정말 지독하다시피 연애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드디어 올해는 뭔가 풀릴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게다가 단순히 좋은 얘기만 많았다면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겼을 텐데, 놀랍게도 작년에 관한 그것도 대부분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연애운을 딱 맞혔다.(연애운만 골라 본 건 결코 아니다) 작년, 누가 뒤에서 훼방을 놓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운이 없었는데, 용하게도 사주풀이에 그 흑역사가 낱낱이 적혀 있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올해는 연애운이 괜찮다는 내용까지. 아,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는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솟구쳤다. 제발 사주가 딱 들어맞기를.
그러나 그런 믿음과 반대로 올해의 시작은 아리송했다. 길흉의 불협화음이랄까.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장염을 앓았다. 생전 걸려본 적 없는 병인데. 아, 말로만 듣던 악명 높은 장염이 이렇게나 괴롭고 아픈 병이었다니. 식욕은 몸을 영영 뜬 듯 아무 음식도 들이질 못했고, 많은 양의 탈수가 계속됐다. 나는 점점 야위어갔고, 무기력해졌다. 그렇게 꼬박 일주일을 끙끙 앓고서야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먹는 기쁨이 이리도 큰 행복이었다니, 새삼 모든 것에 감사했다. 그나저나, 새해부터 장염이라니 기분이 꽤나 구렸다.
병만 앓았다면 그저 하늘을 원망했을 텐데, 하늘은 나를 완전히 배신하지 않았다. 1월 2일, 새 출발하는 마음으로 구직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봤는데, 이게 웬걸 집 근처 이 분 거리 대기업 본사에 사무 보조로 일자리를 바로 구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내 자리는 무려 칠십 명이 호심탐탐 노리던 자리였다고, 과장님이 비하인드 스토리처럼 말해주었다. 별 절차 없이 뽑힌 그 자리가 칠십 명이나 노렸던 자리라니. 그도 그럴 것이, 식대에 주휴 수당까지 챙겨주는 착한 일터였다. 현재 이 주째 일을 하고 있는데,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어쨌든 병은 나았고, 일은 다니고 있다.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좋은 내용으로 가득한 사주풀이처럼, 올해 내 인생에 굵직한 획을 하나 그어 넣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미래에 작은 불빛 한 줄기를 맞이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습관이 필요하다. 대학생활, 좀처럼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기 어려웠는데, 현재 내 생활에 규칙을 하나씩 쌓고 있다.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지 못한다. 대신 습관을 만들면 그 습관이 미래를 대신 정해 준다’라는 나의 좌우명처럼 좋은 습관이 밝은 미래로 분명 인도해줄 것이다.
좋다. 시작이 나쁘지 않다.
2018.01.16.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