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만한 한국소설임에 틀림없다
[책 리뷰]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읽을만한 한국소설임엔 틀림없다
역시 글을 잘 쓰는 작가는 글을 읽기 편하게 쓴다. 자기 멋에 취한 것처럼 어렵고 생소한 단어를 쓴다고 해서, 그에게 뛰어난 작가로서의 자격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작가 김연수는 충분히 명작가 명예의 전당에 올릴 만하다.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읽을만한 한국소설임에 틀림없다.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어떤 책인가
솔직히 8,90년대 민주화과정을 거치지 못한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다. 아무리 글로 접한다고 해서 민주화세대만큼이나 그들이 겪은 시대적 격동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가 김연수 특유의 매끄러운 문체 덕분에 읽어나가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작중화자 ‘나’는 1990년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겪고, 때론 감상하듯 관찰한다. ‘나’를 미시적으로 접근했다가, 다시 거시적으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점의 변화가 소설의 특징이다. 서로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이 말미에 갈수록 묘하게 인연이 맞닿아 가는데, 이 점을 작가는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아무튼 작가는 그 시대적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잘 구현해내면서, 그 시대를 겪은 세대들은 회고를, 겪지 않은 세대들은 간접경험을 하게끔 해준다.
그러나 이미 말했듯, 나로선 주인공 ‘나’와 정민이 풋풋한 사랑을 나누는 부분 외에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김연수 작가에 대해
1970년생의 김연수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현재까지의 작품을 살펴봐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는 책 뒷면에 소개되어 있듯 프로 소설가임에 분명했다. 그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외에도 굉장히 많은 작품을 꾸준히 출판하는 다작 작가였다.
놀랍게도 그는 영화배우로도 데뷔한 적이 있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꽤 비중 있는 단역으로 출연했다고 한다. 물론 나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다음에 챙겨보고 싶다는 말도 물론 하지 못하겠다.
약간 허무한 결말
다소 맹숭맹숭한 결말이었다. 연결고리 없는 인물들이 결국 인연이었다는 결론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이도저도 아니게 끝나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열린 결말이나 깊은 여운이 남는 마무리도 아니었다. 시대적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선 작가가 괜히 어려운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스스로를 명작가로 자위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의심이 들었다. 아무튼 결말은 아쉬웠다.
과하면 넘치는 법
역시 같은 이야기다. 작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듯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것이 역사책인지 인문학책인지 소설책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작가의 지식수준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그 자랑의 정도가 다소 지나치진 않았나 싶었다. 서두에 언급했듯, 글을 잘 쓰는 작가는 글을 잘 읽히게, 누구나 쉽게 이해하게 쓰는 작가이다. 그런 점에서 정보를 전달하려는 의욕이 다소 앞섰다고 할 수 있다.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아직 읽지 못한 이들에게
그렇다 해도 읽을만한 한국소설임에 틀림없다. 당신이 읽을만한 한국소설을 찾고 있었다면 제격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그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나도 민주화 운동에 뛰어 들었을까 자문하였다. 그 답은 장담할 수 없다, 이다. 나란 사람이 그렇게 급전적인 사람이 아니다 보니. 아무튼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에 어려움이 따르는 요즘, 집에서, 아니면 집 근처 카페에서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으면서 마음의 양식도 쌓고, 건강도 챙기면 좋을 것 같다.
2018.01.18.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