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자의 괜찮은 도서
[책리뷰] 오찬호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말하는대로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자의 괜찮은 도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교 문화 영향 탓인지, 관례라는 미명으로 포장되는 사회 부조리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불편한 상황들이 마주하는데도 말이다. 불만을 자주 털어놓으면 혹여나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히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일까. 우리는 그런 상황들이 닥쳐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지켜보기만 한다.
저자 오찬호는 그러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전에 그것이 불편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일러주고 있다. 사회 곳곳에 얼마나 많은 불편하고 부끄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우치라고 말하고 있다.
오찬호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어떤 책인가
앞서 말했듯, 책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에서는 사회 곳곳에 벌어지는 불편하고 부끄러운 상황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상당수는 나도 평소 인지하고 있던 익숙한 문제들이었지만, 그중 일부분은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들이었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단 문제라고 인지하는 순간부터,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과 마주하는’ 순간부터 문제해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 오찬호는 과감하고 거침없다. 불편한 상황들에 대해 ‘불편해’라고 말할 줄 아는 일종의 용기를 지녔다. 아마 사람들도 그러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책에 담겨 있지 않나 싶다. 그는 SNS 상에서 날마다 언쟁거리가 되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사실 그 문제의식과 접근법은 나와 조금 차이가 있지만 따로 언급하진 않겠다.
JTBC ‘말하는대로’
JTBC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자
사회학 박사 오찬호는 강연가로도 이름을 알렸는데 JTBC ‘말하는대로’와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각각 출연하였다. 홍대에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데 청년들의 어두운 표정이 아직도 뇌리에 남았다.
공감되는 구간 ‘여자다움, 남자다움 말고 사람다움’
나도 평소 굉장히 불편해하는 대목이다. 뭐만하면 꼭 ‘남자잖아’, ‘여자잖아’라고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생물학적인 차이 외에, 남자니까 당연하고 여자니까 당연한 건 이 세상에 단 한 가지도 없다. 왜 우리는 틀에 박힌 남성성과 여성성을 어렸을 때부터 강요받는 걸까. 남자라고 해서 여성성이 없는 것도, 여자라고 해서 남성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꼭 지녀선 안 될 성질마냥 구분지어 생각하곤 한다.
“남자가 여자 때리면 안 된다고 했지!”
“여기서 남자, 여자가 왜 나와? 사람이 사람 때리는 것을 부끄러운 거라고 가르쳐야지.”
책에서는, 아이들의 다툼을 예로 들면서 남자아이가 누나를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 저자의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저자는 거기서 남자, 여자가 왜 안 오냐며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그야말로 구태의연한 모습을 버려야 한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태도를 신앙처럼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뱉는 태도가 아니라 생물학적인 차이 외에 같다, 라는 태도가 이른바 페미니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말 근절해야 하는 태도임에 분명하다.
좀 아쉽다: 분석하고 대안 내놓고
사실 많이 아쉬웠다. 저자의 전반적인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그 문제를 접근하는 데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일단 저자의 목적이 사회의 불편한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데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만약 정말 그러했다면, 최대한 사견을 배제하고 통계 위주의 팩트가 우선되었어야 했다. 책에는 개인적인 견해가 많다 보니, 문제마다 논쟁의 여지가 남아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사견을 절대적 사실이라 확신하는 태도 또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다 느낄 만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책의 내용에 더욱 공감이 갔던 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사회학 박사라면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을 하고 그에 마땅한 대안이나 전망을 내놓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만 드러내고 이것이 빠졌다. 그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자기계발서, 실천인문학으로 홍보가 되었지만, 해법이 없으니 실천 가능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실제적 전달에 관한 문제다. 저자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듯했다. 기승전 ‘사회 탓’으로 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저자의 주장이 명백한 문제라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해야, 책이 설득력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봐도 불평불만이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문제의 핵심보다는 저자의 태도에 집중하게 되어 본질은 흐려졌다.
오찬호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를 아직 읽지 못한 이들에게
오찬호의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1월 22일에 출간된 아주 따끈따끈한 책이다. 일단 신간이라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나는 감사하게도, 출간되기 전에 출판사의 협찬으로 먼저 읽어볼 수 있었다.
어떠한 문제든 가장 무서운 건 불감이고 무관심이다. 우리는 우리 앞에 쌓인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솔직히 불감한 편이다. 당장의 북한과의 대치 상황이나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이 문제들을, 그 민낯은 낯 뜨겁고 불편하고 부끄럽지만, 마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것이 문제해결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찬호의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다.
# 이 책은 허밍버드/블랙피쉬에서 무상 기증 받았습니다
2018.01.24.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