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가 전해주는 위로, 힐링에세이
[책리뷰] 손수현 <누구에게나 그런 날> 카피라이터가 전해주는 위로, 힐링에세이
에세이는 보통 호불호가 갈리는 책의 부류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개인적인 이야기에 작은 위로를 얻어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의 경우다. 나는 에세이를 즐겨보는 편에 속한다. 나는 인간적이고 따듯한 이야기가 좋다.
에세이는 삶의 거울이 되어준다. 타인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 속엔 나의 삶이 담겨 있다. 작가의 뜨거운 감정엔 나의 감정이 묻어 있다. 지금껏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을 꿈꿨는지, 그리고 무엇을 잊고 살았는지, 에세이는 놓쳤던 과거를 다시금 주워 담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그래서 나는 따듯한 에세이를 좋아한다. 손수현의 <누구에게나 그런 날>도 내게 그러한 책이었다.
손수현 <누구에게나 그런 날>은 어떤 책인가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인 손수현의 <누구에게나 그런 날>은 누구에게나 잘 읽히는 힐링에세이다. 요즘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좋은 책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이외에도 고수리 작가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와 같은 책이 있다.
그녀는 결코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들이 누구나 겪을만한 일상 속 한 장면을 포착해 그녀만의 방식으로 읽기 편하고 세세하게 써내려간다. 그녀의 소소한 일화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과거로 이어졌다. 그녀의 삶 속엔 나의 삶이 있었고, 나의 삶 속엔 그녀가 느낀 감정들이 고스란히 존재했다. 그녀는 마치 ‘우리 삶이 모두 그래’, 라고 속삭이듯 위로의 손길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따듯한 손을 잡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카피라이터다. 카피라이터의 삶은 녹록치 않은 것 같다. 야근은 밥 먹듯이 하며, 잦은 프로젝트로 규칙적인 삶은 꿈도 꾸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바쁜 일상 속에서도 결코 인간다운 감성을 잃지 않았다. 그러한 굳은 의지가 돋보였다.
인상 깊은 구절
비슷한 순간을 겪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뜨거운 위로가 된다.
안부
짧은 물음 하나가 힘겨웠던 하루를
깨끗이 지워주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사소한 그 한마디가 필요하다.
괜찮아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는 괜찮아야만 했을 것이다.
이후에도 남자는 이래, 여자는 이래, 라는 말들을 평온한 마음에 수시로 돌을 던졌다. 관심이 있다면 이만큼의 연락은 기본이고, 이 정도의 표현은 당연한 거라고. 누가 정한지 모를 애매한 기준을 마주할 때면 필요 이상으로 피로해졌다. 문제가 생길 경우 다양한 조언을 구할 순 있어도, 그게 완벽한 답이 될 순 없었다.
지금 갖고 있는 좋지 않은 감정을 한시라도 빨리 털어버리고 싶을 때 이제 누군가를 만나기보단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퇴근길,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를 하나 포장해온 후, 뜨끈한 물로 샤워를 하고 폭신폭신한 침대에 엎드려 감정을 정리한다. 세상이 내게 친절하지 않다 여겨지는 날일지라도 내가 나에게 친절하면 되는 거지, 그렇게 훌훌 털어버릴 수 있도록.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모르겠다. 내가 유별난 걸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들었다. 작가의 주위엔 어떻게 그렇게 따듯함이 가득하지. 나의 주위엔 말 한마디 예쁘게 하는 사람이 그렇게 흔하지 않던데. 그녀의 주위엔 내게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당연한 일처럼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듯했다. 내 주변의 풍경은 그리 따듯하지 않았다.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하루가 대부분이었다. 내겐 익숙하지 않은 일상이 약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일게 만들었다.
손수현 <누구에게나 그런 날>을 아직 읽지 못한 이들에게
당신이 만약 감성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민 없이 이 책을 선택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즐겨보는 사람으로서 손수현의 <누구에게나 그런 날>은 에세이의 표본과도 같은 도서로 읽어 볼만 하다. 카페와 같은 나만의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아무 부담 없이 읽기 딱 좋았다.
위로가 필요했던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2018.02.04.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