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극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Feb 18. 2018

AI와의 사랑? 난 충분히 가능해

영화 <Her> 리뷰 



[골때리는영화] 영화 <Her> AI와의 사랑? 난 충분히 가능해




     

2014년 국내 개봉했을 당시만 해도, 나는 영화 <Her>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다 여겼다. 아니, 인간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단 이야기가 말이 된단 말인가. 내 눈에는 그저 현실과 거리 먼 판타지에 불과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생각이 다소 바뀌었다. 불과 4년이란 차이였지만, 그 사이 내가 달라진 건지 세상이 변한 건지 현실의 양상이 다소 바뀐 듯했다. 나는 점점 혼자가 더욱 익숙해져 갔다.      





영화는 현실적이었다. AI 기술은 아직까지 비현실적으로만 보이나,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가 느끼는 인생의 공허함은 지금 우리의 것과 꽤나 닮아 있었다. 그 감정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되레 공감이 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씁쓸한 감정이 교차했다. 영화 <Her>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의 미래는 모든 걸 혼자서 견뎌내야 하는 세상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마음에.      








영화 <Her>는 어떤 영화인가   




  

영화 <Her>는 대필작가 ‘테오도르’가 아내 캐서린(루니 마라)과 별거하고, 외롭고 공허한 삶을 이어가던 중에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AI(인공지능)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굉장히 정적이며, 고독하다.      





기본적으로 영화 <Her>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는 인공지능뿐 아니라 다양한 신기술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어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고독의 크기 또한 커져버린 듯 보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 저마다 생기 없고 고독한 낯빛을 품고 있었는데,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주변 사람들까지 둘 이상 같이 있는 모습이 어색해 보일 정도로, 그들은 철저히 혼자였다.      





영화의 외면은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었지만, 그 알맹이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미래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현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였다.      








AI와의 사랑? 충분히 가능하다     





혼자서 상상해봤다. 테오도르가 나라면, 과연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했을지. 오랜 생각 끝에, 나의 답은 충분히 ‘가능하다’였다. 물론 테오도르의 상황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나의 상황이라도 충분히 AI에 의지 가능했을 것 같다.      





연애는 나를 믿어주는 확실한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사실 그 과정은 굉장히 피곤하고, 소모적이며, 지난하다. 게다가 우리는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상처까지 주고받기 일쑤다. 그런 반면에 AI는 사람의 말을 누구보다 잘 들어주고, 그에게 한결같은 관심을 준다. 사람이 채워주지 못하는 내면의 빈 공간을 정확하게 파고들어 적절히 채워준다.     




 

그런 조건이라면 굳이 연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사람과는 그저 여행을 떠난다거나 즐길 때만 함께하고, 의지할 대상이 필요할 때는 AI와 함께한다면 오히려 개인의 인간관계는 깔끔한 면모를 갖출 수도 있다. 솔직히 나라면 이러한 상태를 더 선호할 것 같다.      








섬세한 연출이 빛나다  




   

영화 <Her>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빛이 났다. 테오도르의 직업, 거리의 분위기, 인물의 성격까지 고독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특히 나는, 테오도르 친구 에이미(에이미 아담스)와 소개팅녀에 대한 인물 설정에 감탄을 했는데, 감독은 그들에게서 우리가 왜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었다. 에이미는 오랫동안 사귀던 사람이 있었음에도, 서로에게 자기만의 방식을 강요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쌓였던 불만을 터트리고 끝내 이별을 한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이제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그 방식을 서로 공유할 수 없을 만큼 간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사회적 흐름 속에서 타인과 함께한다는 건 어쩌면 허황된 꿈을 꾸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소개팅녀는 첫 만남에 테오도르에게 호감을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표현을 했다. 그러나 여러 사연이 짐작되는 그녀에겐 새로운 만남에 있어 크고 높은 벽이 존재했다. 굳이 깊은 관계를 만들 생각이 없던 테오도르는, 결국 그녀와의 하룻밤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소개팅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가운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상처로 홀로 아파했을까. 그 결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조심스러워지는 건 당연했다.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새 인연을 만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게 분명했다.    




 




영화 <Her>에 나오는 명대사     








테오도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이미 다 느꼈지 싶어. 그럼 새로운 느낌 없이 덤덤히 사는 거지. 




    




에이미: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래서 사는 동안엔 잘 살고 싶더라      







영화 <Her>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영화 <Her>는 삶의 공허함을 너무나 잘 표현해내, 공감이 가는 동시에 뒤끝이 다소 찝찝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고 도리어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영화 <Her>의 내용은 언젠가 찾아올 미래임에 분명하다. 영화는 그것을 미리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실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일단 내용이 흥미로워 볼만하다.      





평소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더불어 판타지 장르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까지도, 영화를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러닝타임 2시간 남짓으로 정적인 전개를 감안하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이긴 하나,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즐겨보던 사람이라면 그마저도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몇 시간 남지 않은 설 연휴, 집에서 편안하게 볼 영화를 찾고 있었다면 영화 <Her>와 함께해보는 건 어떨까.      





# 지금까지 영화 <Her>의 골때리는 리뷰였습니다 






2018.02.18.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 이미지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로 본 마크 저커버그의 브랜딩 전략 4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