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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Mar 09. 2018

<달콤한 나의도시>
현재의 오은수는 결혼에 성공했을까




[책리뷰] <달콤한 나의 도시> 현재의 오은수는 결혼에 성공했을까     





현재의 오은수가 궁금하다. 과연 그녀는 결혼에 성공했을까. 오은수는 소설 속 화자다. 그러니까 소설가 정이현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다. 그런데 나는 그녀가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우리와 같은 공기를 마시며, 우리처럼 아등바등 살고 있을 거란 착각마저 든다. 그만큼 저자의 인물 설정은 입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세세하다. 마치 실존하는 한 사람의 장편 에세이를 보듯 모든 게 사실적이다.      





정이현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그녀의 작품을 전부 찾아볼 것 같다. 왜 이제야 그녀의 작품을 알게 되었는지 스스로를 탓하게 될 정도다. 한마디로 그녀의 작품은, 나에게 딱 맞았다. 그리고 요즘 트렌드에도 일정 부분 부합했다. 최근 관찰 예능이나 휴식 콘텐츠가 앞 다퉈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이현의 작품은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기 충분했다. 특히 그녀는 한 인물의 일상을 디테일하게 잡아내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독자는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해도 위로가 됐고, 휴식이 됐다. 감히 말하지만,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는 지금껏 읽었던 소설 중에 최고의 작품이었다. 44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단숨에 읽혔다.      








한 가지 아쉬움은 존재했다. 그것도 책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고, 인물 오은수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20대 남성인 내가 아직 이해 못할 영역인지 오은수가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내려야 할 선택을 항상 유예하기 급급했고, 결혼이 무슨 비상구라도 되는 듯 도피하려 애썼다. 나는 그런 그녀의 나약함이 아쉬웠다. 그리고 좋은 남자가 앞에 나타나도 갖가지 꼬리표를 붙여가며 결국 붙잡지 못하는 수동적 태도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타인에게 들이대는 기준은 늘 엄격하지만, 정작 나의 삶은 더 미숙하고 답답했다. 나도 항상 사귀었던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고, 금방 혼자의 삶으로 되돌아 오곤 했었다. 늘 사랑에 서투르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그런 내가 오은수를 욕할 자격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훨씬 못났다.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는 군더더기가 없는 책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금세 책의 내용에 사로잡힐 것이다. 장담하건대, 오은수의 삶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참 인생이 뭔가 싶다. 오은수의 삶은 현실적이고 인간적이었다. 여느 소설처럼 막연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도 않고, 소설이 끝이 나도 오은수의 삶은 계속 이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특별한 결말 없이 마무리가 된다. 나는 그런 담백함이 좋았다. 끙끙 앓는 현실이라도 그 안에서 애를 쓰는 한 인간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어떤 책인가     





작가 정이현의 첫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는 2005년 10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소설을 모아 엮은 작품이다. 출간은 2006년 7월에 이뤄졌다.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는 서울에 사는 서른두 살의 직장인 여성 오은수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 나이대 여성이라면 공감할 만한 주제인 결혼이 그녀의 주된 관심사다. 여러 남자들을 만나면서 골몰하는 그녀의 고민은 어쩌면 비겁하고 나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참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정이현의 문체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감각적이고 군더더기 없다’는 책 표지의 문구처럼, 정확하고 세세하며 적절한 문장들이었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게 분명하다. 책은 442 페이지 분량이다.     




 




아직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재미있다, 라는 단어로는 소설의 재미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최고의 찬사도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나는 왜 이 재밌는 책을 이제야 알게 되었는지 씁쓸한 뒷맛이 남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앞으로 소설가 정이현의 작품들을 정주행할 생각이다.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 책의 제목은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거로 안다. 평소 읽을까 말까 주저했었다면, 과감히 집어 들길 바란다. 후회하는 시간에, 빨리 책에 빠져드는 게 백만 번 낫다.      




# 지금까지 <달콤한 나의 도시> 책리뷰였습니다





2018.03.09.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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