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혼자를 허락하지 않는 대한민국
1.
나는 지금 2년 가까이 솔로다. 한창 때 나이에 연애를 안 하고 있으니 대부분 내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내가 어디 덜떨어져서 연애를 못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내가 이성과 연애하지 못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결정적으로 연애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여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꼭 누군가를 사귀여만,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만 ‘정상’의 바운더리에 속하는 건 아닌데,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선은 아직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2.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세심한 책이다. ‘혼자’를 과도하게 찬양하지도, ‘결혼’을 특별히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저 양 상태의 장단점에 대해 적절히 언급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혼자’와 ‘결혼’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판타지를 지니고 있다. ‘혼자’는 뭔가 자유롭고 거리낄 게 없을 것 같지만 현실은 돈 많은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싱글리즘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하면 심리적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무작정 행복할 것 같지만 현실은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산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그런 양 가능성에 대하여 전부 언급하면서 둘 다 판타지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3.
책에는 ‘치타델레’란 표현이 나온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을 뜻하는 말인데, 요즘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 아닌가 싶다. 사람 많고 비좁은 도시에서는 자기만의 공간, 소위 ‘아지트’를 갖기가 정말 어렵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 있을 만한 공간이 없다. 그런 점에서 도시는 굉장히 비극적이고 불우한 공간이다. 사회나 인간관계에서 얻는 스트레스는 내면의 필터를 통해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데 그건 오로지 고독의 순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다행히 대체재가 있다. 나도 이것 덕분에 내면이 곪지 않고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 그 존재는 바로 블로그다. 현실공간에서는 ‘아지트’를 찾을 수 없지만, 가상공간에서 그게 가능하다. 블로그는 오로지 나를 위한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마음이 슬플 때마다 이곳을 찾아 한풀이를 할 수 있다. 내가 블로그를 찬양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하다. 블로그는 나만의 ‘치타델레’다.
4.
사회학자 노명우는 책을 통해 ‘기본소득’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기본소득, 이 사안은 다분히 정치적 이념의 문제라 쉽게 이뤄질리 없으나, 기본소득 자체는 나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적 추세를 볼 때 필수불가결한 대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 1인 가구에서는 돈을 버는 1인이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가구의 붕괴가 바로 일어난다. 4인 가구라면 한 명이 벌지 못하더라도 다른 한 명이 대신 끌고 나갈 수 있지만 1인 가구는 그렇지 않다. 이것이 기본소득이 필요한 가장 중대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것은 정치적 사안이자 국가재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논의의 시작도 쉽진 않을 것이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어떤 책인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사회학자 노명우가 쓴 사회학 도서다. 책 표지에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이란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 책은 2013년 10월 1일 출간됐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은 괴물인가? 결혼해서 함께 사는 것만이 ‘정상’이고 혼자 사는 것은 ‘비정상’인가? 이미 전국의 네 가구 중에 한 가구는 1인 가구임에도 혼자 사는 사람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 역시 걸핏하면 혼자 살기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하고 혼자되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이들 정상인들이 보기에 혼자 사는 사람은 까칠한 성격이상자거나 성적 욕구불만자이거나 괴팍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일 뿐이다. 과연 그런가? 이 책은 그 자신 역시 혼자 사는 사람인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아주대)가 ‘혼자 살기’의 삶이 가진 의미들, 그 다양한 고통과 즐거움의 문제들을 대변하기 위해 쓴 책이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인상적인 구절
분명 기질상의 차이는 있다. 어떤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성적 기질을 갖고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함께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개인 성격상 내성적 기질이 강한지 약한지와는 상관없이, 관계밀도의 과잉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기밀도가 가능한 내향적 세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자기밀도가 분명한 사람들의 또 다른 욕구는 혼자 있는 것에 대한 욕구이다. 그것은 ‘은둔’과 거리가 멀다. 세상과 등을 지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나는 세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데, 밀집된 혼란으로 인해 되돌아볼 수 없었던 나의 삶에 대한 생각을 혼자서 해내는 과정이 홀로서기이다.
자기밀도가 높은 사람은 대체로 취미를 가진 경우가 많다. 자기밀도는 높은데 취미조차 갖고 있지 않다면, 그 사람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밀도가 매우 낮은 사람들은 의외로 취미가 없으면서도 삶을 그럭저럭 살아간다. 취미가 있는지 혹은 취미가 없으면 견딜 수 없는지는 자기밀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일종의 바로미터이기도 한 셈이다.
우리는 항상 타인과 경쟁해야 하고 타인을 압도해야 하기에, 타인이 내게 없는 것을 갖고 있을 때는 마음속에 활활 타오르는 질투심이 생긴다. 그 질투심은 착한 마음으로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취미의 세계에서는 각자 자신만의 목표를 향하기에, 진정한 취미의 세계에서는 질투가 사라진다.
치타델레는 이런 세속의 시간이 잠시 정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속전속결을 요구하는 우리 시대에 과잉으로 적응한 사람은 스피드라는 개념이 증발되어 있는 치타델레를 견디지 못한다. 그 사람은 자기밀도 또한 스피드하게 높아지기를 원한다.
아직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회학 도서이다 보니, 책의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단어들도 생소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현재 혼자인 사람들이 이 책을 본다면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공감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차분히 설명을 이어나가는데, 그게 이상하게 공감이 간다.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나는 이름부터 마음이 든다. 딱딱하지만, 비현실적이지 않다. 작가 소개에 나온 글이 인상적이다. “이론이 이론을 낳고 해석에 다시 해석을 덧칠하는 학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연구 동기를 찾는 사회학을 지향한다.” 책은 이 말과 딱 어울리는 책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 지금까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책리뷰였습니다
2018.03.23.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