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책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Apr 20. 2018

[책리뷰]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책리뷰]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험난한 세상을 견디게 해준 삶의 가치들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누구나, 옳다고 굳게 믿는 신념 하나쯤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것을 가치관이라 일컫는다. 가치관은 한 사람의 경험의 산물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보물과도 같다. 한 개인이 성공의 경험을 겪게 되면, 그가 느끼는 가치관의 값어치는 더욱 올라간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맹점은, 그 가치관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만 유효하단 것이다. 좋은 음식은 나눠 먹어야 한다는 식으로, 타인에게 그것을 주입하려는 순간, 의도치 않은 마찰이 생길 수 있으며, 뜻하지 않은 반감을 살 수도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조언을 건넬 때는 매우 조심스러워 해야 한다. 상대방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잣대로만 상대방을 판단하려는 순간, 그 조언은 세상 쓸데없는 오물이 된다. 인간은 이런 류의 오류를 항상 범하곤 한다. 확실한 건, 소중한 가치관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우리의 얼굴 생김새가 제각각이듯.     








작가 임경선의 책 <태도에 관하여>는 저자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가치관, 여기선 태도라 불리는 것에 관하여 다섯 장에 걸쳐 적고 있다.(‘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 그것들을 차례로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임경선은 참 건강한 사람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건강한’ 사람은 신체적 건강함도 포함되겠지만, 정신적 건강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렇게 정신이 깨끗한 사람이 이 세상에 정말 실존하고 있긴 할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저자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몇몇 구절은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마음에 와 닿았다. 평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도 두루두루 언급되고 있었다. 남들 앞에선 못하던 말인데 대신 가려움을 긁어주어 고맙기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한 개인의 가치를 타인에게 설파하는 자체에 적잖이 반감을 갖고 있다. 저자가 아무리 선한 의도로 책을 집필하였다 하더라도,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책에 대한 감상은 천차만별이 된다. 내가 받은 느낌은, ‘이게 몸에 좋은 음식이니, 이것만 먹어’였다. 물론 저자는 그렇게 비춰지지 않기를 책 중간 중간에 반복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간혹, 저자의 가르치려는 투가 엿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개인의 가치관은 그냥 개인의 것으로 두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나는 안정성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길 수 있지만, 상대방은 반대로 도전성을 더 큰 가치로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법이다. 그 가치마다 장단은 있어도, 상하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이 이러한 점을 다소 간과한 부분이 나는 아쉬웠다.     








어쨌든 <태도에 관하여>란 책에 따먹을 열매는 많다. 평소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도 있었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도 존재했다. 무엇이든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게 가장 좋은 태도다. 나는 개인적으로 <태도에 관하여>에서 취할 것을 많이 얻었다. 여기에 좋은 구절을 하나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태도에 관하여> 속의 좋은 구절     







평등의 모습이 항상 5 대 5일 필요는 없다. 어떨 때는 1 대 9일 수도, 3 대 7일 수도, 6 대 4일 수도, 8 대 2일 수도 있다. 그가 일로 늦으면 내가 집안일을 하면 되고 내가 몸이 아파 누워 있으면 그가 아이를 챙겨 먹이면 되었다.     








이 남자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요,를 묻기보다 내가 이 남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지, 해줄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는 없을까? 언제까지 ‘이것만 빼면 참 괜찮은 사람인데’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것인가. 남자는 당신을 사랑한 것 말고는 아무 죄가 없다. 돈과 남자 사이엔 애초에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다. 돈이 문제라면 그 돈, 내가 벌겠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을까. 남자는 의존의 대상이 아니라 애초에 사랑의 대상이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것, 사랑을 나누는 것도 진실이지만 동시에 결국 제 삶의 무게는 혼자서 짊어진다는 것도 진실이다.     








이런 ‘세상은 원래 그래’ 같은 명제에 나는 어쩐지 반항하고 싶어진다. 지금으로서는 그 반항과 저항의 방식이 기왕이면 창의적이고 지속적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실망스러운 일을 겪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어 그것이 장차 힘이 되어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왕이면, 가급적이면 실패까지 가지 않도록 잘해야겠지요.” 미국의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이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 축사에서 한 말.     








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상대보다 ‘나’에 대한 일말의 진실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니 초점을 상대에게 두기보다 자신의 마음에 먼저 두어야 할 것이다. 타인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쉽다. 나 자신을 정직하게 보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내가 어느 순간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열을 올린다면 나는 그것을 내 안의 공허함이나 불안함에 시선을 돌리라는 자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태도에 관하여>를 아직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저자는 글을 굉장히 잘 쓴다. 읽기 아주 편하다.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표현해낸다. 그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책의 내용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저자의 배려 덕분에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혹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고 가볍게 넘기면서 읽었으면 좋겠다.      




# 지금까지 책 <태도에 관하여>의 리뷰였습니다               





2018.04.20.

작가 정용하

매거진의 이전글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좋은 시 가득한 나태주 시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