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책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Apr 13. 2018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좋은 시 가득한 나태주 시집

나태주



[책리뷰]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좋은 시 가득한 나태주 시집     




1. 차별성

우리가 나태주 시에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왜 나태주 시에는 사람을 매혹하는 특별한 기운이 묻어나는 걸까.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좋은 시’를 검색하면 ‘풀꽃’과 같은 나태주의 시가 단골로 등장한다. 그의 시는 간결한 문체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마력을 지녔다. 누적된 피로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한없이 위로해준다. 나태주의 시는 그 뜻을 해석하느라 골머리를 앓을 필요 없다. 그는 단순한 단어를 즐겨 사용하고, 시의 의미는 겉으로 다 드러나 있다. 그 의미를 꽁꽁 숨겨놓는 여느 시인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사실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나태주 시인의 그 ‘문체’에 있다. 흔히 가수를 좋아하게 된 데에는 그 사람만의 특별한 ‘목소리’ 때문이라 한다. 시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나태주 시인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의 특별한 문체가 있기 때문이다.     







2. 좋은 시만 모아 놓은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가 특별한 이유는 인터넷 혹은 SNS 상에서 돌아다니는 나태주의 시를 그가 직접 모아 편집했기 때문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는 만개한 꽃처럼 좋은 시가 가득하다. 좋은 시가 등장한 다음 페이지에도 좋은 시, 그렇게 연달아 좋은 시가 이어진다. 그것이 <꽃을 보듯 너를 본다>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 할 수 있다.     







3. 10편의 좋은 시 소개

이 책리뷰를 통해 나태주의 좋은 시 10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같이 감탄을 자아내는 시이자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기는 시다. 인터넷 상에서 이미 봤던 시들도 꽤 있을 것이며 생소하지만 흠뻑 빠질 만한 시도 있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감상하길 바란다.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좋다     


좋아요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기도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선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아끼지 마세요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은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은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집에 돈을 아끼지 마라. 분량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거 아니냐며 시집에 대한 가치를 절하하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시집에 가치가 없을 수 있을까. 보기만 해도 병든 마음을 치유해주는 마음의 약인데. 그 약값으로 터무니없이 싼 거다. 특히 나태주의 시라면 더욱이 돈을 아끼지 않아도 된다. 그의 시는 약 중에서도 효험이 좋은 이름난 약이기 때문이다. 새 책을 사기 부담스럽다면(나는 새 책을 샀다) 중고서점에 가서 구입해도 좋다. 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이 시대 마음의 병이 든 우리들이 꼭 읽어야 하는 시집이다.      




# 지금까지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책리뷰였습니다     





2018.04.13.

작가 정용하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가 쏘아올린 난해한 메시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