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추사 김정희> ‘차이나는 클라스’ 유홍준 교수의 놀라운 지식양
‘추사 김정희’를 처음 알게 된 건 교과서가 아닌 ‘다산 정약용’을 통해서였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다산 정약용 선생에 잠시 동안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와 관련된 서적을 다양하게 찾아봤고, 그에 영향을 받아 한때 한문학으로 진로를 정하기도 했었다.(물론 그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다산 정약용의 전기를 보면 강진 유배 시절 추사 김정희와 교류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건, 그냥 그 정도. 또는 조선 최고의 명필, ‘추사체’를 발명해낸 당사자. 그냥 그 정도가 전부다.
세종대왕, 이순신, 정약용 등 우리나라 역사에 위인들은 참 많지만, 추사 김정희를 위인의 반열로 올리진 않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에 관해 세간에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한데 이번에 [창비 출판사]의 지원 덕분에 추사 김정희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이 자리를 빌려 [창비 출판사]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추사 김정희>는 기본적으로 김정희란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인전기’는 아니다. 어쩌면 조선왕조실록처럼 그저 역사 기록에 가까울 수 있겠다. 그렇다 보니 내용은 다소 어렵고, 난해한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한편 나는 놀라울 뿐이다. 김정희가 한평생 그토록 많은 양의 시·서·화를 남긴 것도 실로 대단하지만, 사실 그보다 놀라운 건 그 방대한 양의 정보를 일일이 수집하여 편집한 유홍준 교수의 놀라운 지식양이다. 그는 어떻게 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머릿속에 지니고 있는 걸까. 존경스런 마음과 더불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추사 김정희>는 대중들을 위한 책은 아닌 것 같다. 대중이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많이 빠져 있다. 일단 단어가 너무 어렵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서적의 수가 상당하다. 그것을 일일이 기억하고 눈으로 담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 책은 ‘추사 김정희’란 인물에 대해 평소 관심 많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느낄 만하다. 그러나 일반 사람에 불과한 나는 솔직히 소화하기 너무 버거웠다.
<추사 김정희> 속 좋은 글
본래 창작자는 외로움을 깊이 타는 법이다. 열정이 강한 예술가일수록 그 외로움의 깊이는 더하다. 온 정열을 달구어 망아의 경지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육신은 파김치처럼 흐느적거리고 정신은 공허해진다. 관객들이 돌아간 뒤의 텅 빈 무대만큼이나 허전하다.
<추사 김정희>를 아직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추사 김정희>는 600쪽 가까이 되는 비교적 두꺼운 책이다. 그러나 역시 유홍준 교수 특유의 문체 덕분에 글은 술술 잘 읽힌다. 내용 자체가 어렵지, 글은 잘 읽히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이 책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차이나는 클라스’ 유홍준 교수의 놀라운 지식양을 감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책을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 많은 당신께 바치는 바다.
# 이 리뷰는 [창비 출판사] 무상지원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2018.04.26.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