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까. 인생 최고의 영화를, 드디어 만나게 됐다. 과장이 아니다. 보는 내내, 충만감으로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영화가 끝난 뒤 밀려오는 진한 감동과 많은 생각이 나의 밤잠을 달아나게 만들 정도였다. 영화를 본 지 이제 꼬박 하루가 지났지만, 영화의 장면은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딱 이거였다. 나도 영국 가보고 싶다!
소설 원작의 영화 <미 비포 유>는 2016년 6월 1일 개봉하여 100만 가까운 관객 수를 모은 영화다. 영화보다는 책이 더 유명세를 띤 영화로, (나도 책을 읽지 않았지만) 책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특히 이 영화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빛을 발한 작품으로, 주연 배우인 에밀리아 클라크와 샘 클라플린의 매력이 상당하다.
‘루이자’ 역의 에밀리아 클라크는 인기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1(2011)’부터 ‘왕좌의 게임 시즌7(2017)’까지 출연한 유명 배우로, 굉장히 사랑스런 연기를 선보인다. 그리고 ‘윌’ 역의 샘 클라플린은 ‘러브, 로지(2014)’, ‘헝거게임:모킹제이(2014)’ 등에 출연한 유망한 배우로,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펼쳤다. -2016년 6월 1일 개봉한 영화 <미 비포 유> 리뷰.
웃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에밀리아 클라크. 흡사 국내 아이돌 ‘마마무’의 솔라를 닮은 듯한 청초한 외모의 소유자. 그녀의 사랑스런 매력에 빠지기까지는 단 1분이면 족했다. 영화 초반부, 카페에서 일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그녀의 매력에 퐁당 빠져버렸다. 어찌나 친절하고 사랑스럽던지. 평소 내가 그러한 밝고 활기찬 모습이 그리웠었나 싶다.
보통 한 배우의 이미지는 특정하게 굳어지는 편이다. 그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영역 또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에밀리아 클라크는 영화 <미 비포 유>에서 굉장히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본적으로 귀엽고 사랑스런 모습이었지만, 빨간 드레스를 입었을 때 보여준 굉장히 지적이면서 아름다운 이미지는 차마 잊을 수가 없다. 그녀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했다.
잘 웃는 사람은 일단 예쁘다.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은 정말 특별하다. 에밀리아 클라크는 거의 모든 신에서 웃고 있었다. 말만 걸면 웃고, 말을 하면서도 웃었다. 그런 모습이 참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잘 웃자. 웃으면 보는 사람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무엇보다 웃는 사람이 행복하다. 웃어야 행복하단 말처럼. 영화 <미 비포 유>의 루이자는 내게 좋은 교훈을 준 고마운 존재다.
에밀리아 클라크도 아름답지만, 영화 <미 비포 유>의 영상미도 굉장히 아름답다. 영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찍는 장면 장면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배경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평소 외국 가보고 싶단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미 비포 유>를 보니까 영국이 너무 가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바로 그 장소가 너무 가보고 싶다.
(윌이 보내는 마지막 편지.)
클라크.
이 편지를 읽을 때면
몇 주가 흘렀겠죠.
내 지시를 따랐다면
파리에 있을 테고.
노천카페 의자에 앉아 있겠죠.
해가 났으면 좋겠는데.
오른편으로 보이는 다리를 지나면
‘아티잔 퍼퓨머리’라는
향수 가게가 보일 거예요.
‘파피용 엑스트렘’ 향을 사도록 해요.
당신에게 딱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고 싶었는데 못 한 얘기가 있어요.
당신이 감정에 북받쳐 질질 짤 게 뻔했으니까.
이제 할게요.
집에 돌아가면
라울러 변호사가 새 출발 자금이 든
은행 계좌를 알려 줄 거예요.
진정해요.
평생 놀고 먹을 만큼 넉넉하진 않으니까.
그래도 자유는 줄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고향이라 부르는 작은 마을을 떠날 자유.
대담하게 살아요, 클라크.
끝까지 밀어붙여요.
안주하지 말아요.
줄무늬 스타킹을 당당하게 입어요.
아직 기회가 있단 건 감사한 일이에요.
그 기회를 줄 수 있어서
내 마음도 좀 편해졌어요.
이게 끝이에요.
당신은 내 마음에 새겨져 있어요, 클라크.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어여쁜 미소를 띤 채
내게 걸어 들어오던 그날부터 쭉...
당신의 썰렁한 농담과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얼굴까지...
내 생각은 너무 자주 하지 말아요.
당신이 슬퍼지는 건 싫으니까.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내가 매 순간 당신과 함께할 테니.
사랑을 담아서, 윌
극 중에서 루이자는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자신의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어린 나이부터 가장 노릇을 했다. 고향인 작은 마을을 떠나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가능성이 많고 한창 놀 나이기에, 자신의 처지에 대해 억울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루이자는 억울해하기는커녕 자신의 삶을 즐겼고, 자신이 처한 환경에 감사해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삶이 꼭 거창하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 비교 대상을 정한 채 그것에 따라가지 못한 자신을 비참해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다 각자의 인생이 있는 거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달랐다. 그저 내가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는 일. 그것이 겉보기엔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사실 그것이 행복이었다.
루이자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일이든 삶이든 최대한 즐기려 애를 썼다. 굳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다. 주어진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만족을 느낄 수 있을지 그녀는 고민했다. 그러면서 항상 웃었다. 항상 즐겼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나의 마음에 경종을 울렸다.
삶은 어떻게든 흘러갔다. 그리고 그 삶은 어떻게 하든 크게 변하진 않았다. 대부분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갔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조건들에 못 미쳐도 답답해할 필요는 없다. 그건 시간낭비일 뿐이다. 성실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나의 일상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언젠가 한 층 성장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발전하지 못한 삶도 결국 나의 삶이고. 말이 먼 길을 돌아왔지만, 루이자는 내게 주어진 현실에 즐기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래, 웃고, 즐기자. 성실하고, 꾸준하게!
영화 <미 비포 유>는 단연 놓치면 후회할 영화다. 왜 이제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던 건지 후회가 될 정도다. 여러분도 늦으면 늦을수록 그 후회는 커질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뿐 아니라 책도 함께 봐라. 나도 조만간 책을 찾아 읽을 생각이다.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영화 <미 비포 유>. 하루 빨리 이 영화를 선택하기를 바라본다.
2018.07.24.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